어제 무더위 속에서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열심히 온라인 게임을 했다. 정말 오랜만에 듣는 그의 목소리와 노래. 참 맑고 쇳소리가 날 정도로 날이 선 푸른빛의 목소리다. 노래들은 다들 슬프다. 물론 밝은 노래도 있지만. "서른 즈음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사랑했지만", "말하지 못한 내 사랑",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이런 노래들을 주르룩 들으면서 느꼈다. 노래가사와 곡조가 참 슬프구나. 그런데 이렇게 잘 정리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니 더 슬프구나. 소위 말하는 "애이불비"-여기서 한자 변환을 못하겠네, 귀찮다. 다 알테니 패스-가 바로 김광석의 노래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그를, 그의 노래를 그리도 사랑했나 보다. 소월의 "진달래꽃"을 사랑하듯이. 소월이 여성적이라면 김광석은 아픔을 안에 담고 자신이 잊어야 야 할 것들과 두고 떠나야 할 것들에 대한 슬픔을 아주 담담하게, 그러나 너무나 간절하게 노래한 것 같다.
모든 아름다운 것들의 화려하고 빛나는 얼굴에만 집중하는 데 익숙한 우리들이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의 등 뒤를 돌아다 보면 잊어한다는 마음으로 텅빈 거릴 걸어야 할 것 같은 상실과 눈물과 멍투성이의 삶의 고난이 놓여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 그런 슬픔과 상처와 잃어버림, 점점 더 멀어져가는 사랑과 청춘에 대한 절망이 없다면 아름다움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우리는 가장 찬란했던 청춘의 활짝 꽃피는 시절을 생각하며 자신의 추악해져 가는 삶에 절망하는 것은 참으로 일반적이다. 그러나 사람의 문제에 있어서야, 사랑에 있어서야 미친 척하고 모든 걸 다 버리고 뒤집어 엎고, 황당한 선택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너무나 여린 심성의 그에게는, 노래를 통해서만 말할 수 있었던, "나의 노래"가 나의 힘이었던 수줍은 젊은이에겐 그게 불가능해 보이는 선택이었을가? 그는 사랑을 잃고 그 버거운 삶을 놓아버린 것 같다. 나는 그의 자살이 지닌 내막은 전혀 모른다. 그러나 그의 노래에서 나는 느낀다. 돌아갈 수 없음으로 인해 아침에 눈을 뜨고 또 하루를 숨쉬며 사는 것이 고통스럽게 여겨지는 날이 형벌처럼 이어진다면 인간에게는 그리 많은 선택이 남아있지 않음을.
그의 노래 십 수편을 듣고 나니 그의 절망과 슬픔에 나까지 가슴 한 켠이 먹먹하다. 용기 내고 원하는 삶을 찾고-정확히 말하면 원하는 사랑을 찾고, 사랑하며 즐거워 하며 행복하게 살자- 제발 그 삶을 놓지 말자라고 말해 주고 싶다. 그가 살아있다면.
김광석에게도 결혼이 족쇄였을가. 그걸 벗지 못한 여린 청년은 떠난 것인가. 오스카 와일드가 말했다. "남자는 삶에 지쳐서 결혼하고, 여자는 결혼이 무언지 궁금해서 결혼한다. 그러나 결과는 둘 다 몹시 실망하게 된다." 그나마 주변에서 실망하지 않을만한 결혼을 몇 건이라도 보게 되어 다행이다. 날이 또 어둡다. 집이 너무 어두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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