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2003-09-09 08:45:59)

이재훈

글터문학상 8월시 당선작

8월시 당선작은
한상지(정두환 00)후배의 글로 하겠습니다.^^
8월에 아무도 추천하는 분이 없으면
제가 기 말씀드린 다섯편 중에서 한편을 선정하려고
했는데
다행히 수현이가 추천을 해주었네요.^^

두환이에게는
만원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주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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不眠

한상지

아기는 좀처럼 잠들지 않았다
창 밖에는 파란 달빛이 솜사탕처럼 쌓이고
고요한 방 귀퉁이마다 어둠이 잠들어 있었다
그녀를 생각하며 나는
지난 날의 기억을 창백한 백지위에 옮긴다
젊은 날 사랑했던 여인은 나무였다
그리움의 땅에서 자라나서 그리움의 꽃만 피우던 나무였다
나는 그녀의 뿌리를 사랑했다
꽃도 열매도 향기도 아니라
단지 뿌리를 사랑했다
그리움의 토양 깊숙이 뿌리내리기에
간혹 땅위로 튀어나온 뿌리를 사랑했다
뿌리를 배고 누웠다
자정을 알리는 열두번의 종소리
나는 슬픈 신데렐라처럼 자리에 눕는다
자정이 넘으면 사랑도 그리움도 모두 잠이드는데
나만 덩그러니 버려졌다
나는 잠들지 못하고 꿈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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