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2004-03-05 10:00:01)

경훈

시작과 끝에는 재훈이 형이 있다.

저는 지금학교 동아리 방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어제 참석한 분이나 그렇지 않은 분들 모두 눈이 온 사실은 알고 계시겠죠?

학교는 지금 설국으로 유명한 삿포로 뺨치고 있습니다. 동아리 방 밖으로 보이

는 풍경이 낯설기까지 하네요. 겨울이 주는 마지막 선물인것 같습니다.

어제 집에서 나서니까 살짝 눈이 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이게 한겨울인지 함

박눈으로 바뀌었습니다. 저와 은주누나는 서점에 들렀다가 거기 같이 졸업생

모임에 가기로 했었습니다. 재훈이 형이 올려 놓은 글대로 모임 장소로 가고 있

었는데 눈때문에 걷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글에는 200미터정도 가면 있다고 썼는데 실재론 훨씬 더 멀었습니다. 거

기다 눈까지 왔으니 우리는 씨불씨불 대면서 가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내가

니들 뒷모습만 보고도 알았다'그러면서

누군가 우리 앞으로 나서더니 뒤도 안보고 걸어가는 거에요 ㅡㅡ; 재훈이형은

그렇게 자기 혼자만 신문을 머리에 쓰고 우리에겐 눈길 한번 안주고 자기몸 하

나 건사하기 바빴답니다.

우리가 신문한 장만 달랬더니 '이거 받고 쓰는 시간에 가는게 나아'라며 또 자

기만 챙기는 게 아무래도 원형 탈모증이 시작 된것이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보

았습니다.

어쨌든 우린 배고파서 술이고 뭐고 낙지볶음 시켜서 밥 비벼먹고 있는데 재훈

이 형한테 윤경누나 전화가 왔었어요. 근데 도착한 우리도 못 알아들을 찾아오

는 길 설명을 윤경누나에게 해서 결국 제가 찾으러 나갔습니다.ㅡㅡ;

어쨌든 멤버들이 속속 도착하고 늘 회의가 길어지는 지라 재훈형이 이번엔 자

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면서 하자고 하시더니 요즘 회사생활은 어떻냐는둥 잘 지

내냐는 둥 하더니 갑자기 뜬금없이 졸업식분위기는 어떤거 같아? 3월달엔 뭐

할거니 우린 어리둥절 결국 저희는 다시 예전과 다름없이 또 열렬한 토론의 도

가니탕으로 들어가다가 강한 의지로 겨우 빠져 나오게 되었습니다.(큰일날뻔했

습니다.)

겨우겨우 회의가 끝나고 뒷풀이로 얘기를 나누다가 음주를 끊어버리는 해달이

의 커피 서비스와 윤경누님 낭군님의 독촉으로 파장 분위기가 연출 되었는데

결정적으로 재훈이 형이 손으로 안주를 집어 드시면서 파장 분위기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참고로 술마시다가 재훈이 형이 손으로 안주 집어드시면 큰 일났

구나 생각하세요. (어젠 비타민이 부족하셨나봐요)

어젠 눈도 오고 오랜만에 선배님들 만나서 많이 웃은거 같습니다.

가끔 그런 생각해봐요. '재훈이 형 없음 어쩌죠?'^^

두분 너무 부러워요 밥좀 잘 해줘요^^

다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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