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안갈줄만 알았는데 너무 좋아서 너무 좋았다. ;;
청량리역 광장의 저녁 바람이 어깨를 두드렸다. 발걸음이 가볍다는게 이런 거 같았다. 아아 청량리역 광장은 너무 너무 좋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리~ 설레임과 두려움으로오오 불안한 행복이지마안~ 우리가 느끼며 바라볼 하늘과 사람드을을~~
남재오빠 덕으로 마악 아슬아슬하게 뛴 후 좌석으로 앉아 갈 수도 있는 여행을 했다. ㅎㅎ 이 냄새나고 정겨운 통일호도 곧 없어진다고 하니 아쉬웁다. (후에 유리(03)와 나는 가평에서 잘못 내렸다가 다시 얼른 올라타기도 했다.)
가는 길엔 유리랑 같이 앉아서 페티쉬와 일본 소설 이야기를 했고 사주 본 얘기와 꿈얘기도 했다.
무사히 강촌에 도착했다. 강촌역 기둥마다 추억의 낙서 자국들이 우리를 환영해주고 있었다. 강촌역의 기차표 끊어주는 아가씨는 머리숱이 별로 없었으나 착해보였다. 밤에도 보고 다음날 아침에도 보니 신기했었다. 저 아가씨 집은 강촌인가 그럼 퇴근하고 집에 가서 밥먹고 잠도 자다 다시 오늘 새벽에 또 만난건가. 그냥 신기했다.
우리는 돌아오는 기차표를 끊고 공간이 넉넉한 봉고차를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는 삼층짜리 오피스텔식이었는데 우리는 205호였다. 어라 내가 사는 자취방도 205호 인데.
이미 고기 파뤼는 한 번 했었고 과자랑 소주들을 들고 있었다.
04학번 송화를 처음 보았다. 인도네시아에서 오래 살다왔다고 하는데 뭐랄까 얌전하고 차분하고 안정감 있게 보였다. 작은 체구에 분흥색 줄무늬 후드티가 더 그럼 느낌을 만들었다.
04 여지희 그녀는 익숙한 느낌이야. 동아리든 사람이든 술이든 말이든.
새 멤버가 투입되자 다시 각각 자기소개를 하고 술잔이 돌기 시작했다. 소주였다. 옆 방에 동덕여대 검도부가 와있었다. 곧 그녀들이 안주거리를 가지고 방문하여 노래를 멋드러지게 불렀다. 당신 사랑하는 내 당신 이 노래였는데 정말 신나게 놀았다.
글터 엠티에서 다른 팀이랑 조인트 해서 놀아본 적이 없었는데 첫경험을 했다. 그녀들이 돌아간 뒤 듬성듬성 모여앉아 서로 말빨을 세우기 시작했다, 누가 문학 동아리 아니랠까봐. ㅡ,ㅡ; 나는 술 먹으러 온 목적을 꾸준히 달성해나갔다. 놀러와서 좋았고 술 먹어서 좋았다.
그러다 남학우들이 한둘셋넷 동덕여대방으로 답방을 갔다. 하하 모두 좋아했다. 글터 사람들이 언제 여대 사람들을 그렇게 무더기로 만날 수 있을까. 모두 입이 귀에 걸렸었다. 황홀했을 것이다. 솔직히 나는 남자들의 그런 모습 보고 재밌었는데 이런 나는 변태기가 약간 있다는건가. ㅡ,ㅡ;
그러나 우리방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다시 꽃밭으로 간 원정대를 끌어오기로 하고 간 경훈이 오빠와 봉석이도 함흥차사였다.
그 사이 은희와 수현이가 최후 후발대로 도착했는데 배신하고 옆방으로 간 남학우들에게 큰 종이컵으로 소주 한 잔 씩 먹였던 것 같다.
분위기는 다시 무르익어가고 항상 어딜 가면 겪는 말로 하는 격투씬이 몇 번 있었다. 봉석이 말마따나 우리 동아리는 말을 막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서로 다 쎄니까 충돌은 피할 수 없는 거였다.
이런 기회에 가까워질수 있지만 옷도 벗고 살껍질도 벗기는 아픔이 따른다. 이러다 받아들이고 정들고 또 익숙해지는거지.
또 사건사고가 있었지만 의미있는 엠티였다.
한 바탕 회오리가 끝나고 라이프 스토리를 했다. 시체들이 여기 저기 하나 둘 씩 생기고 나도 간신히 어느 구석에 몸을 낑긴채 그때까지 살아있는 나직나직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이불 삼아 잠들었다.
여느 때와 같이(^^) 웰빙족인 나는 아침 여섯 반에 일어나보니 많은 아는 사람들이 앉거나 누워있었고 그게 또 행복한 풍경이었다. 아침 열 시 십오분 시험 때문에 혼자 일찍 숙소를 나와 청량리역으로 향했다.
잔잔하고 깊은 강물에 아쉬움을 묻고 기차에 몸을 실었다.
강줄기 아 계속 보고 싶은 그 강줄기 따라 기차는 느릿느릿 출발하였다.
가평 강경 청평 이런 자그마한 역들을 지나 스르르 잠들다가 도착하기 3분 전쯤에 깼다. 반쯤 감긴 눈으로 청량리역 광장에 발을 디뎠는데 따스한 햇살이 부드럽게 맞이했다.
지하철을 타고 혜화역에서 머리도 안 감고 부은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소주 먹고 밤을 거의 샌 다음 날이라서 그런지 학교 앞 부산오뎅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오뎅 하나 먹고 국물을 두 그릇이나 먹으며 서 있는데 일요일 여유로운 햇살 아래서 아 행복하구나 하는 걸 느꼈다. 집에 돌아와보니 처음으로 서울와서 혼자 자 본 민영이의 어제 밤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자에 앉자마자 홀슈타인 교수님과 전화로 영어 시험 볼 스크립트를 열라 외우기 시작했다.
전화 시험은 꽤 괜찮았다.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홀슈타인 씨는 목소리가 한결 밝아보였다.
아 이제 방바닥에 배깔고 장정일이나 읽어볼까.
술 먹은 다음 날도 이리 기분이 좋다니 내 몸이 자랑스럽다. ㅎㅎ
_bleen/images/view.gif)
_bleen/images/w_name.gif)
_bleen/images/w_subject.gif)
방금 다녀온 따끈따끈한 봄엠티 후기 입니다._bleen/images/i_list.gif)
_bleen/images/i_prev.gif)
_bleen/images/i_next.gif)
_bleen/images/search.gi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