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토요일 글터 제8차 산행을 북한산으로 떠났습니다. 올해 첫 산행에는 어김없이 고정멤버 6명이 모였습니다. 고정멤버가 꾸준하게 참석한다는 점은 정말 다행입니다. 다만 날이 따뜻해지면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날은 영하 10도에 가깝다고 했으나 바람이 전혀 불지 않아 산행을 하기에 적당한 날씨였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산행 때만큼은 날씨의 도움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우선 도선사 경내를 둘러본 후, 11시쯤 용암문쪽으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습니다. 겨울이라서 그런지 군데군데 눈이 쌓여 있었고, 산행로에 얼음이 얼어있었습니다. 그래서 잘못하면 위험한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여차여차하여 정오가 지나 용암문에 도달하니 이전과는 달리 따스한 햇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산행로와 용암문 주위에 우측통행이라는 표지판이 상당히 많이 꽂혀있었습니다. 파란 글씨로 산에서조차 유독 우측통행을 강조하는 문구를 본 93학번 L모 선배께서는 혹시 어떤 음모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숨은 의도를 파헤치기 위해 조만간 시사인 주진우 기자에게 제보하실 것 같습니다.
멤버들은 ‘시산제’를 지낼만한 적당한 장소를 찾아 이동했습니다. 올 한해 안전하게 산행을 할 수 있도록 산신령님께 제를 지낸 후, 맛있는 점심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고기, 떡, 각종 전, 김치, 과일, 잡채밥 등 먹을 것이 푸짐했습니다. 그 중 산에서 먹는 시원한 막걸리는 그 맛이 정말 뛰어나 천원짜리가 아니라 만원짜리같이 느껴졌습니다. 이후 자리를 정리하고 1시경 산행을 계속했습니다.
저는 이미 능선에 올랐기 때문에 앞으로의 산행은 편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저의 생각은 오산이었습니다. 백운대 쪽으로의 코스는 눈과 얼음이 더해진 바위길을 지나가는 것이었는데, 안전을 위해 설치한 철봉과 밧줄을 잡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한순간이라도 방심해 이를 놓치면 이 세상과 ‘바이바이’였습니다. 그렇지만 같은 풍경만 계속되는 것보다는 변화무쌍한 코스가 훨씬 ‘스펙터클’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앞에 가서던 어떤 분은 꼭 유격 훈련하는 기분이 든다고 하셨습니다. 잠시 쉬면서 바라본 자연은 굉장히 시원한 영상을 제 눈에 전해주었습니다.
백운대로 올라가는 길 아래에 당도하여 위를 올려다보니 정상을 향하는 코스가 매우 험난해 보였습니다. 얼음이 얇게 발라진 바위는 무척이나 미끄럽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금까지는 고저가 크지 않는 길이었지만 백운대는 300M 가량을 계속 올라가야 했습니다. 등정을 시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등산화에 아이젠을 착용하면서도 힘들어했습니다. 저는 뒤쳐진 분들이 오는 동안 백운대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오기로 결정했습니다. 두 팔의 힘으로 철봉과 밧줄에 의지해 오르는 동안 살짝 옆을 바라보니 약간 긴장되었습니다. 그러나 백운대 정상에 올라 탁 트인 사방을 바라보니 가슴 속까지 시원했습니다. 기념으로 836M가 적힌 비석과 태극기를 촬영한 후, 조심스레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3시경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그 가운데 잠시나마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지기도 했습니다. 다시 도선사를 향해 가는데, 도리어 이전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얼어붙은 돌과 바위를 밟으니 무릎과 발목에 충격이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마법을 부려 바위들을 푹신푹신한 스펀지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5시가 다될 무렵 다행히 모두 안전하게 도선사에 도착했습니다. 여태껏 산행과 달리 이번 산행은 무척이나 험난해서 그런지 다들 힘든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저는 얼굴이 화끈거리고 따끔따끔하며 온몸에 힘이 빠졌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오른 겨울산에서 올 한해를 이겨나갈 에너지를 잔득 얻고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한줄 요약 : Exciting Climbing~!
채남재 (2012/01/10 09:07:42)
짝짝짝!!
이재훈 (2012/01/10 11:27:06)
잘썼다. 우측통행 실없는 사람 될 수 있으니 제보는 안할꺼야.^^
원래 백운봉까지는 안갈려고 그랬는데, 시산제도 하고 눈앞에 봉오리가 보이는데...
필받아서 무리한 것 같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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