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즘 채식을 하는 이유를 묻는 사람이 많아서 일일이 대답하기도 힘들고, 나도 그 이유를 짧은 대화 속에 다 밝힐 수 없어 이 글을 쓴다.
요즘 나는 채식을 한다, 육류를 모두 금하는 것은 물론 우유, 계란, 어패류 및 갑각류까지 포함한 모든 종류의 동물성 단백질이나 지방의 섭취를 전면적으로 하지 않으려는 소위 말하는 veganism(완전 채식)을 지향하는 중이다. 2달 정도 되었는데 일단 육류는 거의 완벽하게 먹지 않고 있고, 어패류나 갑각류의 경우 대부분 피하고는 있으나, 불가피하게 가끔 섭취하는 경우가 있었다.
사람들이 묻는다. “왜 채식을 하느냐?”
첫째, 다른 이들의 굶주림을 바탕으로 한 육식을 할 수 없어서이다. 다들 잘 알겠지만 지금 전 세계적으로 10억에 가까운 인구가 몹시 굶주리고 있다. 이것은 기상이변으로 인해 곡물 작황이 불안정하고,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그로 인한 곡물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안양봉 기자(오연주 씨의 남편^^)가 최근 KBS다큐로 제작한 위기의 시대 1부 “굶주리는 지구”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곡물부족의 가장 주요한 원인 중 하나가 옥수수나 콩 등의 가축 사료용으로 전환을 들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제레미 리프키의 책 “육식의 종말”에 보면 세계곡물 수확량의 1/3이 사료용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10억 명 이상이 이로 인해 굶주리고 있음을 명확히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곡물 6.6KG이 소비되고, 효율이 좋다는 돼지고기의 경우도 무려 3kg의 곡물이 소비되고 있다. 2005년 통계 FAO(국제 농업기구)에 따르면 10세 미만의 어린아이가 기아로 인해 5초당 1명씩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아마 이 수치는 결코 개선되거나 급격히 회복되지 못했을 것을 확신한다. 내가 육식을 탐하고 지속하는 것은 다른 이의 밥그릇을 빼앗고, 아이들이 굶어 죽는 일에 협조하거나 방조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다른 이의 죽음을 바탕으로 내 입맛을 충족시키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서 나는 채식을 하기로 했다.
둘째, 나의 집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내가 사는 집인 지구는 지금 지구온난화, 홍수, 가뭄, 산불 등의 심각한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를 겪고 있다. 이런 변화의 가장 주요한 원인이 지구온실가스라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온실가스 배출 중 가장 치명적으로 지구온도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메탄이며, 이 메탄의 대부분은 축산업에서 비롯된다. 가축의 배설물이나 그들이 배출하는 가스로 인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연간 325억톤에 달하며, 이는 전 지구 온난화의 51%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실이 월드 워치 연구소의 최근 연구로 밝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구를 지키는 마지막 폐와 같은 열대우림이 값싼 고기를 얻기 위한 목장으로 바뀌며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유기농으로 생산된 고기 역시 곡물 생산에 비해 17배의 토지, 14배의 물, 10배의 에너지를 사용하며 내 집인 지구를 더욱 파괴하고 있음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나는 내 집인 지구를 지키고 살아남기 위해 육식을 끊으려 한다.
셋째, 나의 안전을 위하여 육식을 거부한다. 지금 생산되는 육류는 단기간 대량생산을 위해 매우 비좁은 공간에서 엄청나게 많은 수의 가축을 가두어 생산한다. 도축과정의 비위생성은 뒤로 하고라도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무수한 가축 전염병- 광우병, 조류 독감, 구제역, 신종플루(이 신종플루는 돼지 사육 농가를 중심으로 시작되어 번졌다는 이야기가 있어 돼지독감이라고 불리는 경우도 있다 함) 등-에 노출된 육류를 고집하는 것은 자살을 위해 식탁을 차리는 일과 같다. 이미 언급한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에 보면 상당수의 가축 전염병이 종의 벽을 넘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고 전파되어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최근 아이들에게 문제가 되고 있는 성 조숙증 조차 우유생산용 사료에 첨가된 성장촉진제가 의심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바이다. 나는 내 몸의 안전을 지키고 생명의 위협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육식을 끊으려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불완전 존재인 인간이기 때문에 무언가 먹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러나 불행하게도 축복받은 생명체들인 식물들처럼 물, 공기, 땅, 햇빛만으로 생명을 유지할 양분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매일 먹게 되는 식물들에게 감사한다. 그리고 우리와 같이 피와 뼈와 살을 지닌 생명을 해하지 않고 내 삶을 유지하며 살아갈 방법을 너무 늦지 않게 깨닫게 한 주변의 가르침에도 매우 감사드린다. 소, 돼지, 양, 닭, 심지어 개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다른 생명을 아무 죄의식 없이 죽이는 인간의 악덕을 지니지 않았으며, 돈을 위해, 권력을 위해 다른 동족을 죽이지도 않는다. 그런 그들을 나는 내 식욕을 위해 죽여 왔다. 이제 그 일을 그만두려 한다. 나는 내 생각을 누구에게 강요하지도 설득하지도 않겠다. 다만 나의 이런 결정을 이해해 주고 도와주기 바랄 뿐이다.
염정일 (2011/11/22 18:37:42)
다른이들이여 듣지 말지어다...
고기집 하는 나는 어떻게 살라고...
부디...
자비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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