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산문을 접한다. 신문기사로, 진술서로, 학술서적으로. 이런 산문은 매우건조하고 명백하다. 그것은 태양과 별들이 지나는 황도처럼 너무 환하게 빛나서 아무도 길을 잃지 않을 것이며, 그 누구도 길을 묻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명약관화하다. 여기에 사과가 하나 있다면 사과는 거기 있는 것이다. 여기에 백합이 있다면 백합이 있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꽃과 열매. 있는 그대로의 바로 그것이 산문이며 직설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여지가 없다. 다양한 해석이나 오류의 여지가 없는 명확한 사실을 산문은 직설어법은 전한다. 그것은 물, 불, 흙, 공기(=바람)처럼 분명하기에 그것 아닌 무엇으로도 해석하거나 볼 수 없다.
그러나 그 물, 불, 흙, 공기가 서로 작용하며 개별적 존재들로 화하는 순간 그 산문과 직설은 무수한 변형과 창조와 생명력을 낳는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없는 살아 있는 것들, 죽어있는 것들, 그 중간에 존재하는 것들을 보라. 산문과 직설은 수없는 가능성과 이해의 길을 낳고 그 무엇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간이 70억쯤 된다면 산문과 직설이 내포한 진실은 인간의 숫자만큼의 진실을 지니게 된다. 온전히 그 존재만이 소유한 진실. 그래서 산문과 직설은 우주의 별만큼이나 다양하게 확산되고 변형되며 재창조된다. 한마디로 무한한 여지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시는 많은 비유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될 수 있는 물그림자이며, 우연히 나타난 돌 위의 무늬이며, 순간 모양을 바꾸는 구름의 기이한 모양이다. 그리고 시가 지닌 비유 중에서도 은유는 그 방향과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진실을 담고 있다. 따라서 시와 은유는 엄청난 여지, 마치 우주의 끝에서 끝만큼이나 큰 오해와 억측, 그리고 엄청난 착각을 담고 있다. 그 누구도 시 한편에 담긴 은유와 그것이 지닌 진실을 명확히 정의할 수 없다. 그것은 달조차 뜨지 않은 칠흙같은 그믐밤 떨어진 바늘을 수풀 속에서 찾는 일이며, 하나의 씨를 앞에 두고 그 씨가 무엇으로 자랄지 예측하는 것과 같다. 그것이 무엇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있는 그대로의 씨는 어떤 꽃이나 열매로 자랄지 알 수 없는 열린 가능성과 미지수의 확률값으로 가득 찬 것이다. 시와 은유는 우주만큼 거대한 미로 속에서 단 하나 존재하는 벼룩 낯짝만한 출구를 찾는 일이다. 그것은 끝없는 껍질을 지닌 양파를 계속 벗기고 또 벗기는 일이지만, 그 안에 결코 진실이라는 알맹이가 남지 않는 쓸모없는 노력이다.
그러나 이 많은 미로와 껍질과 억측, 오해와 착각은 우리를 늘 깨어있게 한다. 내가 한 생각을 의심하고 내가 걸어 온 길을 뒤돌아 보게 하며, 지금은 절대로 보이지 않는 시와 은유 속에 담긴 빛나는 진실을 믿게 만든다.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는 미로의 막다른 길에서 돌아오고 그 길의 입구에 표시를 남긴다. 그리고 마침내 아주 운이 좋다면 죽기 전에 우주 전체만큼이나 큰 미로를 벗어나 진실의 출구를 찾게 될 것이다. 이것은 너무나 명백하고 확실하다. 바늘 끝의 백만분의 일만큼도 오차가 없이 우리는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 우리의 앞길을, 눈을 가리는 시와 은유의 장막은 도리어 진실의 빛을 온전히 지키기 위한 성곽이며, 안내 표지판이다. 어리석은 우리가 존재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삶의, 세계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스승이며, 어머니이다.
나는 사랑에 대해 하나의 은유를 쓴다.
내 심장은 푸른 파도의 혼이다.
진실은 이 안에 있다.
운동을 갔다 걸으면서 "종교에 대한 모든 진리는 은유"라고 하는 구절을 읽으며 느낀 바가 이렇게 정리되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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