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의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커뮤니티 ♬
공지사항
글터뉴스
자유게시판
열린글
글터앨범
자료실
소모임 ♬
85~91학번
91~97학번
97~00학번
합평회
운영회모임방
작품노트 ♬
열린 詩
글터괴수열전
옛날적이
산행기
today 26 | total 176082

(2017-03-26 12:15:50)
이재훈
나희덕 - 난파된 교실

난파된 교실


                      나희덕(출처 : 우리모두가 세월호였다, 2014.7)


아이들은 수학여행 중이었다
교실에서처럼 선실에서도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가만히 있으라, 가만히 있으라,
그 말에 아이들은 시키는 대로 앉아 있었다
컨베이어벨트에서 조립을 기다리는 나사들처럼 부품들처럼
주황색 구명복을 서로 입혀주며 기다렸다
그것이 자본주의라는 공장의 유니폼이라는 것도 모르고
물로 된 감옥에서 입게 될 수의라는 것도 모르고
아이들은 끝까지 어른들의 말을 기다렸다
움직여라, 움직여라, 움직여라,
누군가 이 말이라도 해주었더라면
몇 개의 문과 창문만 열어주었더라면
그 교실이 거대한 무덤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은 수학여행 중이었다
파도에 둥둥 떠다니는 이름표와 가방들,
산산조각 난 교실의 부유물들,
아이들에게는 저마다 아름다운 이름이 있었지만
배를 지키려는 자들에게는 한낱 무명의 목숨에 불과했다
침몰하는 배를 버리고 도망치는 순간까지도
몇 만 원짜리 승객이나 짐짝에 불과했다
아이들에게는 저마다 사랑하는 부모가 있었지만
싸늘한 시신을 안고 오열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햇빛도 닿지 않는 저 깊은 바닥에 잠겨 있으면서도
끝까지 손을 풀지 않았던 아이들,
구명복의 끈을 잡고 죽음의 공포를 견뎠던 아이들,
아이들은 수학여행 중이었다
죽음을 배우기 위해 떠난 길이 되고 말았다
지금도 교실에 갇힌 아이들이 있다
책상 밑에 의자 밑에 끼여 빠져나오지 못하는 다리와
유리창을 탕, 탕, 두드리는 손들,
그 유리창을 깰 도끼는 누구의 손에 들려 있는가










   

374   92 곽병훈 - 그네는 누가 미나요?  이재훈 17/08/01 170 
373   89 정성호 - 침묵의 거리  이재훈 17/08/01 142 
372   16 박지환 - 느낌  이재훈 17/08/01 160 
371   00 신승원 - 효모  이재훈 17/08/01 206 
370   04 정지문 - 곰팡이 꽃  이재훈 17/07/31 167 
369   13 조성한 - 동글동글  이재훈 17/07/31 161 
368   04 정지문 - 잔일  이재훈 17/07/31 202 
367   12 박세영 - 삼대  이재훈 17/07/31 128 
366   96 한재상 - 쭈쭈바와 봄  이재훈 17/07/31 142 
365   99 최병구 - 사랑찾기  이재훈 17/07/31 125 
364   04 전병문 - 그런 밤이 있다  이재훈 17/07/31 154 
363   00 정두환 - 연탄재 발로차라(부제 : 후배에게)  이재훈 17/07/30 153 
362   99 문재곤 - 詩人  이재훈 17/07/30 121 
361   88 배응석 - 다시 금남로에 서서  이재훈 17/07/30 104 
360   87 김태일 - 나는 너다  이재훈 17/07/30 170 
359   07 강우태 - 무제  이재훈 17/07/30 178 
358   96 김익경 - 일상에 관한 자질구레한 싸움  이재훈 17/07/30 202 
357   99 박명진 - 오늘의 날씨  이재훈 17/07/30 162 
356   99 노경훈 - 지하꽃  이재훈 17/07/29 163 
355   99 김종식 - 무제  이재훈 17/07/29 99 
1 [2][3][4][5][6][7][8][9][10]..[19]

Copyright 1999-2017 Zeroboard / skin by LN
글터 네트워크
글터 스케쥴
- 2017년 9월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회비 입금 안내
산업은행
020-8750-0978-745
(정지문)
ⓒ 2003~2007 열린글 삶의문학, 성균관대학교 문학동아리 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