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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8 20:29:50)
이재훈
권혁웅 - 원더우먼과 악당들
원더우먼과 악당들


                                                 권혁웅 (마징가 계보학, 창비, 2005)


  손목을 비틀어 총알을 튕겨내던 한 여자가 있었다 악
당들은 그 여자의 뽕브라만 뚫어져라 노렸다 여자가 그
리는 반원은 얼굴에서 배꼽까지인데, 악당들의 과녁은
늘 그 반원은 벗어나지 못했다 총알이 사방팔방으로 튀
었다 헛심 쓴 악당들의 어이없는 표정이 늘 클로즈업되
곤 했다

  그 여자는 아마존이 사는 파라다이스 섬의 공주, 왕관
을 벗어 악당들을 때려잡는 부메랑으로 썼다 아무리 내
다버려도 왕관은 그녀에게 되돌아왔다 하녀는 하녀, 공
주는 공주다 그녀가 어는 남자의 전속 부하가 되어 그 남
자의 온갖 수발을 다 들어주었다 해도 그렇다

  얇은 비닐끈이었는데도 그녀의 올가미에 걸리면 악당
들은 술술 고백을 해댔다 그녀도 그랬다 파라다이스 섬
을 떠나서도 힘을 유지하기 위해 그녀는 벨트를 차고 있
어야 했다 벨트가 풀리면 그녀는 빈혈에 걸린 여자처럼
입을 벌리고 눈을 감은 채 침대거나 풀밭이거나 가리지
않고, 풀썩, 쓰러졌다

  그녀가 타고 다니던 비행기는 크리스탈이었다 속이 다
비쳐 보였다 그녀가 성조기 천조각으로 만들어 입은 속
옷이 그랬듯이, 빙글빙글 돌면서 겉옷을 벗어던진 후에
남은 유니폼이 그랬듯이 - TV를 지켜보던 우리의 안광
이 지배를 철하던 시절의 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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