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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3 09:13:30)
이재훈
서효인 - 북항
북항


                                                              서효인(여수, 문학과 지성, 2017. 2)


  곡물이 반출되는 창고였다. 우리는 보급창을 지키는 병사가 되어 항구의 끝
방파제에 모였다. 누구 하나 도망하지 못하도록 서로의 몸을 밧줄로 묶어 몽
깃돌에 고정했다. 관리사무소에서 방송한다. 거대한 파도가 몰려온다는 소식
이오. 얼마나 거대하냐면, 거대함의 끝을 누구도 본적이 없다고 하오. 거대함
을 증명할 수는 없지만, 거대하다고 하니 우리는 두려워하기로 결정했다.
빨갱이들, 빨갱이를 두려워하는 빨갱이들, 항구 도시의 모든 이가 우리에 속
하려 줄을 서고, 번호표를 뽑았다. 여자와 어린아이에게 먼저 밧줄을 내밀었
다. 이제껏 우리 등에 올랐던 곡물이 쏟아졌다. 이곳은 분명히 남쪽인데, 항
구의 이름은 왜 북항일까? 보급창을 지키지 못한 이들이 더러운 바닷물 속으
로 쓸쓸히 퇴각한다. 관리사무소에서 방송한다. 수고하셨소. 두려움의 일당은
사소하오. 얼마나 사소하냐면, 소음 속으로 방송은 숨어들고 우리는 보급창
철문에 발목이 묶인 채 모가지를 가늘게 빼고, 바다가 주는 두려움을 반복해
서 견디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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