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4-02-02 22:39:55)

이재훈

권혁웅 - 고스톱 치는 순서는 왜 왼쪽인가

고스톱 치는 순서는 왜 왼쪽인가

권혁웅(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 2013. 10)

우리 고모, 하루 종일 노인정에 나가 고스톱을 치지요
"이게 치매 예방에 그렇게 좋다네." 그놈의 예방주사 부작
용으로 좌골신경통과 오십견이 왔어도 우리 고모, 못 먹어
도 고지요 고모부는 건영아파트 105동 입구에서 이교대로
시간을 지키고 있고 세 아들은 명절에만 오지요 달팽이처
럼 똬리를 틀고 앉아서 우리 고모, 동네 할머니들에게 점
십짜리 운명을 배당하지요 늙은 닌자가 헌 표창 날리듯 오
른쪽에서 왼쪽으로 날아가 꽂히는 붉은 서표(書標)들, 신음
할 새도 없이 광박이나 피박을 쓰고 엎드리는 노인들은 오
늘도 0.1도쯤 허리가 기울었지요 달패이잡이뱀은 달팽이
집이 오른돌이, 그러니까 시계 방향으로 자란 것만 먹는다
지요 오른쪽에 이가 열두개 정도 더 나 있어서, 오른돌이만
잡아낸다지요 그 열두이야말로 시간을 말하는 숫자들이지
요 시간을 따라가면 죽음과 마주치게 된다는 뜻, 그래서 고
스톱 치는 순서가 왼돌이일 거예요 우리 고모, 동네 할머니
들과 힘을 합쳐 시간에 저항하고 있는 거지요

- 감상 -

서점에서 시집을 사려고 하면
시들이 어둡고 우울한 시들이 많아서
사고 싶은 시집이 별로 없었는데
이 시인 시는 웃음을 줘서 사게 됐습니다.
웃음속에서 던져지는 슬픈 메세지들이
울면서 던지는 슬픈 이야기들 보다 잘 전달되는 느낌입니다.


195	박정대 - 시인박멸	이재훈	14/06/06	1863

194	이인주 - 민주주의 수사학	이재훈	14/05/26	1847

193	붉은 바람	이재훈	14/05/09	1757

192	목효근 - 섬	이재훈	14/04/27	1797

191	신경림 - 쓰러진 것들을 위하여	이재훈	14/04/24	1631

190	신경림 - 봄비를 맞으며	이재훈	14/04/24	1821

189	김남주 - 종과 주인	이재훈	14/04/15	1931

188	송경동 - 똥통 같은 세상	이재훈	14/04/09	1940

187	이난영,김소영-진달래 시첩	이재훈	14/03/05	2059

186	도종환 - 첫매화	이재훈	14/03/05	1784

185	김주대 - 노래가 된 골목	이재훈	14/02/27	1938

184	권혁웅 - 김밥천국에서	이재훈	14/02/09	1677

	권혁웅 - 고스톱 치는 순서는 왜 왼쪽인가	이재훈	14/02/02	2425

182	나딘 스테어 :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재훈	14/01/01	1514

181	13 조성한 - 동글동글	이재훈	13/12/02	1900

180	윤동주 - 눈감고 간다	이재훈	13/11/28	1592

179	12 백승연 - 거울	이재훈	13/11/28	1657

178	2013년	이재훈	13/11/26	1692

177	11월 2일 프랑스 재불한인 시국선언문 및 10월30일 천주교 1만 평신도 시국선언문	이재훈	13/10/30	1615

176	산꽃	이재훈	13/10/2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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