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에다 신접살림을 차렸는디,
신혼 닷새 만에 배 타고 나간 뒤 돌아오덜 않는 거여 만삼년
대문도 안 잠그구 지둘르다가 남편 있는 쪽으로 온게
여기 울릉도여
내 별명이 왜 돌아서는 충청돈 줄 알어?
아직도, 문 열릴 때마다 신랑이 들이닥치는 것 같어 근데
막걸릿집 삼십년, 남편 비스무르한 것들만 찾아오는 거여
그때마다 내가 횅하니 고갤 돌려버리니까 붙어댕긴 이름이여
그래도, 드르륵! 저 문 열리는 소리가 그중 반가워
그짝도 남편인 줄 알았다니껜
이 신랑스런 놈아, 잔 받어! 첫 잔은 저짝 바다 끄트머리
에다가 건배하는 거 잊지 말구 그 끝자럭에 꼭 너 닮은 놈
서 있응께
- 감상 -
이정록 시인 시는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구요. 물론 재미속에 그늘을 품고 있지만요.
정호형(92)께서 추천해주신 시인입니다.
좋은 시인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견문이 넓혀졌네요.
시 연재는 6월달은 쉬려고 합니다.^^
김태일 (2012/06/19 08:10:07)
걸쭉하다 못해 신산하다 할 삶의 모습이 앞에 펼쳐지는 시다. 사람은 홀로 살기엔 너무 약한 짐승인가 보다. 남편 죽은 곳 이 곳 동해를 잊지 못해 울릉도 선술집에 나앉은 여인네. 그리고 분명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면서 남편의 얼굴을 또다른 남정네의 얼굴에 투영해 정을 붙이려 애쓰며 살았던 그 세월.그러나 그 남정네가 남편이 아님을 알기에 다시 기다림의 자세로, 그 슬픈 포즈의 세월로 돌아와야 했던 "돌아서는 충청도". 이 시가 재미있다는 재훈이를 탓할 수 없는 것이 이 빌어먹을 민족의 습속이 아이들 교과서에도 나오듯이 "웃음으로 눈물 닦기"란다. 이 애절한 슬픔 속에서도 한 줄기 피식하는 웃음이 입술을 떨게 하고 지나가는 것을 억제할 길이 없음에야 말해 무엇하랴. 그러나 마지막 구절에 저 바다끝에 올리는 남편에 대한 묵념이자 제사는 그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다시금 새기게 하며 기다림의 지난함을 뼈에 사무치게 한다. 역시 2번의 뒤집기, 비틀기로 감정을 흔들어 놓은 시인. 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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