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2-03-13 01:38:51)

이재훈

박노해 : 삶의 나이

삶의 나이

                           박노해(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어느 가을 아침 아잔 소리 울릴 때
악세히르 마을로 들어가는 묘지 앞에
한 나그네가 서 있었다
묘비에는 3ㆍ5ㆍ8ㆍㆍㆍ 숫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아마도 이 마을에 돌림병이나 큰 재난이 있어
어린아이들이 떼죽음을 당했구나 싶어
나그네는 급히 발길을 돌리려 했다
그때 마을 모스크에서 기도를 마친 한 노인이
천천히 걸어 나오며 말했다

우리 마을에서는 묘비에 나이를 새기지 않는다오
사람이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오
사는 동안 진정으로 의미 있고 사랑을 하고
오늘 내가 정말 살았구나 하는
잊지 못할 삶의 경험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자기 집 문기둥에 금을 하나씩 긋는다오
그가 이 지상을 떠날 때 문기둥의 금을 세어
이렇게 묘비에 새겨준다오
여기 묘비의 숫자가 참삶의 나이라오


  - 감상 -

시를 읽다보면 짧은 글에도 기대하지 않았던
반전같은 느낌이 있는 시가 있습니다.
이 시를 읽다가 그런 느낌을 받았네요

참삶의 나이

갑자기 머리속이 복잡해지고 생각하게 되네요.^^
지금까지도 생각하며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시를 읽고 생각하며 살지 않았다고 다시 느끼게 만드는...

박노해도 이노인에게 이 이야기를 듣고
받은 느낌이 지금 저의 느낌이 아니었나 싶네요


135	기울음	이재훈	12/11/02	1894

134	발바닥 사랑	이재훈	12/11/01	1893

133	부처	이재훈	12/10/19	2097

132	비켜선 것들에 대한 예의	이재훈	12/10/17	1701

131	별과 달	이재훈	12/10/03	1855

130	달	이재훈	12/10/01	2205

129	좋은 나이 마흔	이재훈	12/09/28	1942

128	아이들은 사는 것을 배운다	이재훈	12/09/26	1637

127	길 [1]	이재훈	12/09/20	1781

126	비시적인 삶들을 위한 편파적인 노래	이재훈	12/09/16	1880

125	산과 길	이재훈	12/09/14	1851

124	치마폭에 매화를 그리다	이재훈	12/09/08	2106

123	도살장은 무죄다 [2]	이재훈	12/09/07	1976

122	불편과 고독	이재훈	12/09/05	1672

121	승자와 패자	이재훈	12/09/03	1723

120	부처의 얼굴	이재훈	12/08/31	1686

119	막차	이재훈	12/08/29	1713

118	쌍화점	이재훈	12/07/31	2109

117	산골물	이재훈	12/07/31	1666

116	축을 생각한다	이재훈	12/07/2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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