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2-05-13 01:15:36)

이재훈

불주사

                                                                                         추천시인 : 이정록 정말 2010 창비

불주사

                                             이정록

내 왼어깨에 있는 절이다
절벽에 지은 절이라서 탑도 불전도 없다
눈코 문드러진 마애불뿐이다
귀하지 않은 아들 어디 있겠느냐만
엄니는 줄 한번 더 섰단다
공짜라기에 예방조사를 두 번이나 맞혔단다
그게 덧나서 요 모양 요 꼴이 됐다고
등목해줄 때마다 혀를 차신다
보건소장이 아주 좋은 거라 해서
한번 더 맞히려 했는데 세번째는 들겼단다
크는 흉터는 부처님도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이것 때문에 가방끈도 소총 멜빵도
흘러내리지 않아 좋았다 말씀드려도
자식 몸 버려놓은 무식한 어미를 용서하란다
인연이란 게 본래 끈 아닌가
내 왼어깨엔 끈이란 끈
잘 건사해주는 불주사라는 절터가 있다
어려서부터 난 누군가의 오른쪽에서만 잔다
하면 내 인연들은 법당 마당 탑신이 아니겠는가
내 왼어깨엔 엄니가 지어주신
불주사가 있다 손들고 나서려고만 하면
물구나무서버리는 마애불이 산다

  - 감상 -

1차로 제가 4개의 시를 고르고
지연이한테 가장 마음에 드는 시를 고르라고 해서
선정된 시입니다.

이렇게 해서 지연이한테 시를 읽히네요.^^
문학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없는 지연이도
이 시인 시들을 읽고
"이 시인 시를 잘 쓰네" 하네요.
시를 알아보는데 꼭 전문가일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감상을 말해달라고 했더니

"어머니의 무지와 사랑"

전에 올린 "이백"시도 지연이가 고른 시입니다.^^

김태일 (2012/05/14 12:23:25) 문학은 모두가 설명이나 논리 없이도 다 느끼고 공감하는 것이 기본이 아닐가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지연이도 좋은 시를 느끼는데는 어떤 교육이나 논리가 필요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닐가? 이거 쓰고보니 지연이 칭찬인지 욕인지 나도 모르게 되어 버렸다. ㅋㅋㅋ


135	기울음	이재훈	12/11/02	1895

134	발바닥 사랑	이재훈	12/11/01	1894

133	부처	이재훈	12/10/19	2100

132	비켜선 것들에 대한 예의	이재훈	12/10/17	1703

131	별과 달	이재훈	12/10/03	1856

130	달	이재훈	12/10/01	2206

129	좋은 나이 마흔	이재훈	12/09/28	1943

128	아이들은 사는 것을 배운다	이재훈	12/09/26	1640

127	길 [1]	이재훈	12/09/20	1782

126	비시적인 삶들을 위한 편파적인 노래	이재훈	12/09/16	1881

125	산과 길	이재훈	12/09/14	1851

124	치마폭에 매화를 그리다	이재훈	12/09/08	2107

123	도살장은 무죄다 [2]	이재훈	12/09/07	1979

122	불편과 고독	이재훈	12/09/05	1672

121	승자와 패자	이재훈	12/09/03	1726

120	부처의 얼굴	이재훈	12/08/31	1686

119	막차	이재훈	12/08/29	1714

118	쌍화점	이재훈	12/07/31	2113

117	산골물	이재훈	12/07/31	1666

116	축을 생각한다	이재훈	12/07/27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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