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2-05-14 12:32:20)

김태일

못 위의 잠

못 위의 잠
나희덕

저 지붕 아래 제비집 너무도 작아

갓 태어난 새-끼들만으로 가득 차고

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은 채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바로 그 옆에 누가 박아놓았을까요, 못 하나

그 못이 아니었다면

아비는 어디서 밤을 지냈을까요

못 위에 앉아 밤새 꾸벅거리는 제비를

눈이 뜨겁도록 올려다봅니다

종암동 버스정류장, 흙바람은 불어오고

한 사내가 아이 셋을 데리고 마중나온 모습

수많은 버스를 보내고 나서야

피곤에 지친 한 여자가 내리고, 그 창백함 때문에

반쪽난 달빛은 또 얼마나 창백했던가요

아이들은 달려가 엄마의 옷자락을 잡고

제자리에 선 채 달빛을 좀더 바라보던

사내의, 그 마음을 오늘밤은 알 것도 같습니다

실업의 호주머니에서 만져지던

때묻은 호두알은 쉽게 깨어지지 않고

그럴듯한 집 한 채 짓는 대신

못 하나 위에서 견디는 것으로 살아온 아비,

거리에선 아직도 흙바람이 몰려오나봐요

돌아오는 길 희미한 달빛은 그런대로

식구들의 손잡은 그림자를 만들어주기도 했지만

그러기엔 골목이 너무 좁았고

늘 한 걸음 늦게 따라오던 아버지의 그림자

그 꾸벅거림을 기억나게 하는

못 하나, 그 위의 잠

김태일 (2012/05/14 12:38:39) 집이나 직장 어디서도 외롭고 왠지 어색한 중년의 내 친구, 선배들인 아버지들의 슬픔을 생각하며 시를 하나 올립니다. 어디서도 위로받기 힘든 우리들 서로를 위해 잘 마시지 못하는 술이지만 소주 한잔 같이 나누고 싶어지는 시입니다. 누구 앞에서도 쉬 눈물 보이기 어려운 불쌍한 제비들을 위해 서로가 눈물짓고 등 두드려주는 모습을 그려 봅니다.


135	기울음	이재훈	12/11/02	1895

134	발바닥 사랑	이재훈	12/11/01	1894

133	부처	이재훈	12/10/19	2100

132	비켜선 것들에 대한 예의	이재훈	12/10/17	1703

131	별과 달	이재훈	12/10/03	1856

130	달	이재훈	12/10/01	2206

129	좋은 나이 마흔	이재훈	12/09/28	1943

128	아이들은 사는 것을 배운다	이재훈	12/09/26	1640

127	길 [1]	이재훈	12/09/20	1782

126	비시적인 삶들을 위한 편파적인 노래	이재훈	12/09/16	1881

125	산과 길	이재훈	12/09/14	1851

124	치마폭에 매화를 그리다	이재훈	12/09/08	2107

123	도살장은 무죄다 [2]	이재훈	12/09/07	1979

122	불편과 고독	이재훈	12/09/05	1672

121	승자와 패자	이재훈	12/09/03	1726

120	부처의 얼굴	이재훈	12/08/31	1686

119	막차	이재훈	12/08/29	1714

118	쌍화점	이재훈	12/07/31	2113

117	산골물	이재훈	12/07/31	1666

116	축을 생각한다	이재훈	12/07/27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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