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03-09-02 09:38:03)

남재

나무와 날개 - 장옥광 -

며칠 전 환하게 연등을 밝히던 살구나무 속가지에 어느새 초록 열매가 맺혔습니다. 이파리 뒤집어 보니 파란 정맥이 도드라져 있군요. 무르고 연한 목질 탓인가요, 도심의 나무는 그예 벌레집이 되어 있습니다. 다닥다닥 빈 곳 없이 온통 진딧물이군요. 쥐똥나무 이파리 위로 뱉어내는 단물이 실비처럼 내립니다. 그래요, 살구나무가 부지런히 지금 손발을 만들고 있습니다. 씨앗 떨군 자리에 제 무덤 만드는 나무는 벌레들의 몸 빌어 움직임을 얻습니다. 때로 푸른 수액을 말매미의 날개로 바꾸기도 하지요. 잎맥만 남은 이파리는 칼금 긋는 비명의 불꽃으로 피어오릅니다. 하여 내 여름날의 태양은 늘 이글이글 타오를 수 밖에 없었던 게지요. 그 소리 받아먹은 귓바퀴 둥글게 나이테 그렸으니 나는 이미 한 그루 살구나무입니다. 가는 잎맥 닮은 손금을 들여다봅니다. 숨죽인 울음소리 새어 나옵니다. 잎새 잎새 깊푸른 강물소리 들립니다. 아하, 마침내 날개를 달아도 좋겠습니다.

이재훈 (2003/09/04 11:46:05) 나한테는 인생에 대한 비장한 각오가 느껴진다. 멋있는 시네


135	기울음	이재훈	12/11/02	1894

134	발바닥 사랑	이재훈	12/11/01	1892

133	부처	이재훈	12/10/19	2096

132	비켜선 것들에 대한 예의	이재훈	12/10/17	1700

131	별과 달	이재훈	12/10/03	1854

130	달	이재훈	12/10/01	2203

129	좋은 나이 마흔	이재훈	12/09/28	1941

128	아이들은 사는 것을 배운다	이재훈	12/09/26	1636

127	길 [1]	이재훈	12/09/20	1780

126	비시적인 삶들을 위한 편파적인 노래	이재훈	12/09/16	1879

125	산과 길	이재훈	12/09/14	1849

124	치마폭에 매화를 그리다	이재훈	12/09/08	2105

123	도살장은 무죄다 [2]	이재훈	12/09/07	1976

122	불편과 고독	이재훈	12/09/05	1672

121	승자와 패자	이재훈	12/09/03	1723

120	부처의 얼굴	이재훈	12/08/31	1686

119	막차	이재훈	12/08/29	1711

118	쌍화점	이재훈	12/07/31	2109

117	산골물	이재훈	12/07/31	1665

116	축을 생각한다	이재훈	12/07/27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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