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2-06-28 02:20:01)

이재훈

나도 이제 기와불사를 하기로 했다

나도 이제 기와불사를 하기로 했다

                                                         이정록(정말)

   금강산 관광기념으로 깨진 기왓장 쪼가리를 숨겨오다 북
측 출입국사무소 컴퓨터 화면에 딱 걸렸다 부동자세로 심
사를 기다린다 한국평화포럼이란 거창한 이름을 지고 와
서 이게 뭔 꼬락서닌가 콩당콩당 분단 반세기보다도 길다

  "시인이십네까?" "네" "뉘기보다도 조국산천을 사랑해
야 할 시인 동무께서 이래도 되는 겁네까?" "잘못했습니
다" "어찌 북측을 남측으로 옮겨가려 하십네까?" "생각이
짧았습니다" "어데서 주웠습네까?" "신계사 앞입니다"
"요거이 조국통일의 과업을 수행하다가 산화한 귀한 거이
아닙네까?" "몰라봤습니다" "있던 자리에 고대로 갖다놓
아야 되지 않겠습네까?" "제가 말입니까?" "그럼 누가 합
네까?" "일행과 같이 출국해야 하는데요" "그럼 그쪽 사
정을 백천번 살펴서 우리 측에서 갖다놓겠습네다" "정말
고맙습니다" "아닙네다 통일되면 시인 동무꼐서 갖다놓
을 수도 있겠디만, 고사이 잃어버릴 수도 있지 않겠습네
까? 그럼 잘 가시라요"

한국전쟁 때 불탔다는 신계사, 그 기왓장 쪼가리가 아니
었다면 어찌 북측 동무의 높고 귀한 말씀을 들을 수 있었
으리요 나도 이제 기와불사를 해야겠다, 쓰다듬고 쓰다듬
는 가슴속 작은 지붕 조국산천에 오체투지하고 있던 불사
한 채


135	기울음	이재훈	12/11/02	1892

134	발바닥 사랑	이재훈	12/11/01	1889

133	부처	이재훈	12/10/19	2093

132	비켜선 것들에 대한 예의	이재훈	12/10/17	1697

131	별과 달	이재훈	12/10/03	1853

130	달	이재훈	12/10/01	2202

129	좋은 나이 마흔	이재훈	12/09/28	1940

128	아이들은 사는 것을 배운다	이재훈	12/09/26	1635

127	길 [1]	이재훈	12/09/20	1778

126	비시적인 삶들을 위한 편파적인 노래	이재훈	12/09/16	1878

125	산과 길	이재훈	12/09/14	1847

124	치마폭에 매화를 그리다	이재훈	12/09/08	2102

123	도살장은 무죄다 [2]	이재훈	12/09/07	1974

122	불편과 고독	이재훈	12/09/05	1669

121	승자와 패자	이재훈	12/09/03	1720

120	부처의 얼굴	이재훈	12/08/31	1682

119	막차	이재훈	12/08/29	1709

118	쌍화점	이재훈	12/07/31	2107

117	산골물	이재훈	12/07/31	1662

116	축을 생각한다	이재훈	12/07/27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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