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바닥에 마른 물고기 한 마리, 한쪽 눈은 진창 속에 다
른 한쪽 눈은 먼 하늘에 던져두었다 쇠기러기처럼 시린 눈
과 반대쪽 진흙 눈, 두 눈길을 잇댄 만큼 부풀어오른 부래
속으로
연뿌리가 똬리를 틀었다
어탁(漁拓)이 서녘 구름으로 번져나갔다
등비늘에,
파경(破鏡)이 꽃잎 같았다
- 감상 -
마흔살은 이 시와 같은 나이인가 봅니다.
현실도 잘 알고 그렇지만 이상도 마음에 품은
함께 하려는 것은 고통이기에
이상과 현실의 괴리만큼 부래는 부풀어 오르고
40대의 연뿌리는 그 곳에 자리를 잡습니다.
등비늘이 터지는 파경의 고통
그것이 40대의 아름다운 연꽃인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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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박노해
그래도 돈이 주인이 아니라
사람이 주인인 세상을 말했을 때
너의 이상은 고귀하지만
현실적이지 않다고 너는 말했지
새로운 혁명이 필요한 때라고 말할 때면
너의 신념과 노력은 숭고하지만
현실에선 불가능한 꿈이라고 너는 말했지
언제나 현실은 빠르게 변하는 현실
현실이야말고 가장 현실적이지 않은 세계
이상이야말로 외려 현실적인 것이 아닐까
온갖 실패와 억압과 좌절을 뚫고 걸어오는
인류의 푸른 가슴에 줄기차게 되살아나는
저 무서운 미래 현실
하나의 젋은 가슴이 식으면
슬그머니 낡은 몸을 빠져나와
새로운 젋은 가슴으로 몸 바꾸며 살아나는
저 끈질기고 무서운 이상
변화 빠른 현실에서 이상은 가장 현실적인 것
포기할 수 없는 혁명은 가장 현실적인 미래
- 감상 -
이상이야말로 현실이다!
현실이야말로 비현실이다!
항복 ^^
색즉시공 공즉시색 ^^; 불교가 떠오르네요.
역시 한 우물을 계속 파면 위에는 통하는게 있나 봅니다.
박노해가 바라는 혁명은 어쩌면 부처님의 세상인가요.
공은 보이지 않지만 바람과 같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색은 눈에 보이지만 허상일 수 있죠!
색즉시공 공즉시색은 하나라고 말하는데
그것이 이정록 시인이 말하는 부레속 진흙탕속 연뿌리
파경의 연꽃이 아닐까요?
이래 저래 20대 시인과 40대 시인과 50대 시인의
시를 읽었는데 어떻습니까? 누가 가장 젋어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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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재섭 하늘바라기 - 이정록 마흔셋 - 박노해 이상理想/images/i_list.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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