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추워 나는 물인가 했다
찬 물 일렁이는 세숫대야 앞에 앉아서 시작했던 하루
손에서 빠져나간 비누처럼 허멍하게 떨어져
볼링공처럼 다시 출발선에 지하로 건너가 있는 달
얼만큼 찬 물로 세수한 얼굴일까
다시 올라올 깨끗한 동그라미는
떡집 백설기, 흰색은 안 변해도 떡은 바뀌듯이
그대로이려고 많은 것은 교대했고
아버지는 돈을 못 벌어 나는 돈을 벌어야 한다
할배 제사, 카드값 나가는 날
달력 여러번 겹쳐진 동그라미에
못견디고 달력에 멍이 든 날,
빈 소주병같은 목구멍에 술을 마시고
오줌 든 성기 같이 두통에 일어나면
이미 어제 달은 요란하게 들썩이며
변기 밑으로 떠내려간 노란빛이었다.
에누리 없는 세월, 거꾸로 가지 않는,
아버지, 언제 그리 많이 사셨어요
나이는 달을 밝힌 전기요금으로 늘어만가는데
밤이 끝나고 또 새 날이었다
끝없이 공전하는
환하게 세수한 얼굴로
찬 먼 바다 올라오는
뒷 모습 없는 달은 그대로이려고
나는 기어이 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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