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7-06-29 20:58:25)

이재훈

94 한훈 - 山行

山行

94 한훈 (청춘을 새기는 시간)

날이 진다 山脈은 어미의 가슴처럼
보드랖고 숲은 보이지 않는다 깊게
걸음을 옮기면 죽은 것 하나도
없고 눈 감으면 모두가 나를 덮쳤다
지친 너를 업으면
나무가 보이고 숲이 보이고 山脈은
위험하다 땅 위로 치솟은 뿌리에
걸리지 않으려 몸부림 친다
(아가, 아가
너는 이미 길을 잃었단다)
오르는 길은 내리막, 내려오는 길은 오르막
오르다 보면 등이 허전했고
내려오다 보면 너의 울음이 멀리서 들렸다
칠월의 밤은 차갑다 부들거리는
너의 입술 사이로 맺혀 떨어지는 날선
바위같은 노래를 들으며 우리의
정수리 불을 놓았다 더는
태울 것 없는 육신 그래도
山脈은 주름지어 나늘 올라 너를 내려 타고
(아가, 아가
나는 이제 길을 지운단다)
마지막 우리를 덥혀준다 날이 밝다


335	04 김송화 - 식구	이재훈	17/07/16	1272

334	95 윤애란 - 간만에 시원스레 비가 온다	이재훈	17/07/11	1273

333	04 서동욱 - 길	이재훈	17/07/02	1280

332	93 러브정현러브 - 포켓몬 고	이재훈	17/06/29	1283

331	90 이보화 - 기다림	이재훈	17/07/06	1288

330	00 나영주 - 모든 아픔은 걸어서 온다	이재훈	17/07/01	1289

329	12 박세영 - 삼대	이재훈	17/07/31	1298

328	16 이명은 - 조약돌	이재훈	17/07/13	1309

327	16 이정빈 - 고백	이재훈	17/06/24	1312

326	00 신승원 - 할머니와 제분소	이재훈	17/07/01	1334

325	00 성은경 - 눈 덮힌 거리	이재훈	17/06/08	1335

324	99 고영찬 - 개구리	이재훈	17/05/24	1348

323	04 정지문 - 사월 교정	이재훈	17/06/17	1351

322	93 강현준 - 형	이재훈	17/07/02	1354

321	00 이치우 - 모량역	이재훈	17/06/29	1363

320	96 김익경 - 일상에 관한 자질구레한 싸움	이재훈	17/07/30	1365

319	12 박세영 - 채움	이재훈	17/05/29	1376

318	박노해 - 꿈은 간절하게	이재훈	17/05/12	1386

317	15 조현우 - 연못	이재훈	17/06/24	1388

316	00 신승원 - 청개구리 같은 여름, 우글거리는 풀	이재훈	17/07/02	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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