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4-02-09 22:31:35)

이재훈

권혁웅 - 김밥천국에서

김밥천국에서

권혁웅(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 2013. 10)

김밥들이 가는 천국이란 어떤 곳일까,
멍석말이를 당한 몸으로
콩나물시루도 아닌데 꼭 조여져서
육시를 당한 몸으로
역모를 꾸민 것도 아닌데 잘게 토막이 나서

나란히 누운
치즈복자, 참치복자, 누드복자들
순교의 뒤끝에서 식어가는 밥알은
김밥들이 천국에 가기 위해 버려야 하는
헐거운 육신이다

김밥들이 가지 않는 불신지옥도 있을까
버려진 몸들답게 김밥들은 금방 쉰다
시금치는 시큼해지고 맛살은 맛이 살짝 갔지
계란은 처음부터 중국산이야

마음이 가난해도 천오백원은 있어야
천국이 저희 것이다

천국에 대한 약속은
단무지처럼 아무 데서나 달고
썰기 전의 김밤처럼 크고 두툼하고 음란하지
나는 태평천국의 난이
김밥에 질린 세월에 대한 반란이라 생각한다

너희들은 참 태평도 하다
여전히 천국 타령이나 하고 있으니
복장 터진다는 말은 김밥의 옆구리에서 배웠을 것이다
소풍 가는 날에 비가 온다는 속담도
쉰 김밥이 가르쳐주었을 것이다

깨소금이 데코레이션을 감당하는 그 나라,
김밥천국
자기들끼리 고소한 그 나라 바깥의
불신지옥


295	87 김태일 - 하루만의 이별	이재훈	17/06/24	1251

294	00 정두환 - 落果	이재훈	17/06/24	1379

293	02 윤나연 - 빨강 머리	이재훈	17/06/20	1538

292	11 이현규 - 군대 간 내 친구여	이재훈	17/06/20	1391

291	04 정지문 - 사월 교정	이재훈	17/06/17	1327

290	88 서영민 - 金사장 들으시오	이재훈	17/06/17	1813

289	15 김병수 - 꽃잎	이재훈	17/06/13	1706

288	00 성은경 - 눈 덮힌 거리	이재훈	17/06/08	1307

287	14 김시원 - 한가득	이재훈	17/06/08	1449

286	00 정두환 - 까치밥	이재훈	17/06/08	1494

285	02 유희동 - 스무살의 슬픔, 회상	이재훈	17/06/08	1425

284	02 나영주 - 겨울 혼자 서 있다	이재훈	17/06/07	1199

283	01 박동진 - 가루열매	이재훈	17/06/02	1407

282	00 최은정 - 제목없음	이재훈	17/05/31	1375

281	00 정두환 - 냉장고	이재훈	17/05/31	1407

280	00 이치우 - 베컴을 아시나요	이재훈	17/05/31	1372

279	99 채남재 - 주걱처럼	이재훈	17/05/31	1627

278	11 박천용 - 무질서한 글을 쓰자	이재훈	17/05/29	1512

277	10 강민곤 - 마라톤	이재훈	17/05/29	1511

276	12 박세영 - 채움	이재훈	17/05/29	1360


[1][2][3][4][5] 6 [7][8][9][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