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사이에 오가던 작은 쪽지가 사라지고
너와 나의 대화가 짧은 마디에 익숙해지면서부터
길어지는 글자나
종이 위 사각사각 못난 글씨는
자리를 잃었다고 한다.
A4 용지 반 장, 작은 종이를 하나 코앞에 두고
채울 줄 몰라 안절부절 하더니
딱 그의 반만큼을 채우다가 문득
열 손가락 열 발가락을 온통 한 곳에 모아
온 몸을 배배 꼬는 우리, 언제부터였을까.
이제 팬 하나 손에 쥐고 책상에 앉아
편지를 써 보려 한다.
내 마음을 다해 정성들이는 시간.
오롯이 너만을 생각하여
이 시간만큼은 온전히 우리의 시가니 되니.
익숨함 속에서 잊고 살았던, 함께했던 시간들을 떠올림에
어색하게 채워져 가고, 또
그만큼 무르익어가는
관계 편지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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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박세영 - 채움/images/i_list.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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