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3-01-09 01:39:33)

이재훈

기도

기도

이정록(정말)

한겨울 연못 연밥 본다
그을린 가마솥 본다 저게 연의 가슴이구나
눈보라가 밥물을 잡자 살얼음이 가늠한다
낱알마다 다시 작은 솥단지가 하나씩이다

연잎과 연꽃이 우러러 받든 하늘
그 하늘의 휘파람을 겨우내 끓이면 봄이 온다
진흙공책에다 고개를 꺾는 복학의 계절이다
이곳저곳에 밑줄 긋지 말자
꺾인 연밥의 고개를 세우고 상처를 쓰다듬는다
이렇듯 밑줄은 단 한 번만 긋는 것이다

끝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마침표부터 찍는다
기도는 그 마침표에서 싹을 꺼내는 것
꽃과 밥은 언제나 무릎에 주시었나니
두 무릎에 연꽃이 필 때까지

- 감상 -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솥단지에 자신의 씨앗을 팔팔 끓지 않았던 탓이리라

추운 겨울에 하늘을 보지 않았던 탓이리라

이곳 저곳에 기웃거리며 마음을 잡지 못했던 탓이리라

마침표를 잊었던 탓이리라

아마도 그것은 간절함이 부족했던 탓이리라


275	14 김예람 - 겨울보내기	이재훈	17/05/27	1704

274	09 고기태 - 황혼	이재훈	17/05/27	1553

273	12 백승연 - 그랬다	이재훈	17/05/26	1836

272	09 고기태 - 모순	이재훈	17/05/26	1650

271	익명개작 - 글터의 시(원작 김성모 - 마계대전)	이재훈	17/05/26	1440

270	09 박기훈 - 새(끼) 고양이	이재훈	17/05/26	1451

269	09 박기훈 - 비	이재훈	17/05/26	1780

268	92 이윤경 - 내 바다에 서면	이재훈	17/05/26	1516

267	99 고영찬 - 개구리	이재훈	17/05/24	1317

266	93 김평진 - 서울의 봄	이재훈	17/05/20	1441

265	08 김종성 - 방랑예찬	이재훈	17/05/20	1368

264	95 김동욱 - 속은 온통 겨울이다!	이재훈	17/05/19	1216

263	95 염정일 - 연어처럼	이재훈	17/05/19	1148

262	06 박철웅 - 신경	이재훈	17/05/19	1435

261	09 송제하 - 타짜파게티	이재훈	17/05/18	1525

260	15 조현우 - 화살	이재훈	17/05/17	1760

259	11 이현규 - 인생극장	이재훈	17/05/15	1679

258	92 송정호 - 소금구이	이재훈	17/05/13	1559

257	13 조성한 - 금붕어가 좋겠지 (청춘을 새기는 시간 전시 작품 시작)	이재훈	17/05/13	1695

256	박노해 - 꿈은 간절하게	이재훈	17/05/1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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