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바다를 여행하는 코코넛우주선이
툭 하얀 침을 뱉고는
쌩~
침보자기 뒤집어 쓴 지렁이호
재섭다 폭주하여 용대가리 변신 성공
불뿜다 하체 태워 풀썩
냅다 버린 침덩어리
별똥침
지구입성
물과 만나 싹이 트고 흙과 만나 뿌리 뻗어
구름나무 자라난다
가지꺽어 문대면 불이 일고 뽁뽁 빨면
구름이 뭉실뭉실 번개가 번쩍 일면
소나기 쏴 내린 자리
달달한 코코넛 바람이 분다
과부할매 땅만 보며 구름나무 지나간다
"구름 한 대 빨고 가지"
찌그러진 콧구멍에 솜구름이 들락날락
달친 향내 진동하니 남자 가슴 진동한다
늙은 할매 바람났단 소문이 일파만파
안정된 삶 개부러운 길고양이
구름 한 대 냥냠하니
개소원을 이뤘구나
개바위로 우뚝 섰네
감자총각 굴러가다 울퉁불퉁 못난 얼굴 외로워서 눈물 짓네
"구름 한 대 맛 좀 보오"
숨 한 번에 매끌매끌 숨 두 번에 눈이 황홀
꽃내 나는 도자기가 되었구나
동네 처녀 몰려들어 자기꺼라 싸움박질
수백개의 손가락이 빈틈없이 더듬는다
히히히히 간질간질 웃음보가 터졌구나
수천개의 콧구멍이 밤낮없이 들어온다
향기가 원수로다
개똥을 발라다오
더듬더듬 어둡구나 땅속 생활 지겹구나
두더지님 한숨 속에 두 눈이 짓물짓물
구름나무 소문 듣고 한 대 빨러 행차한다
무슨 소원 빌어볼까 땅위에서 살고파라
해란 놈도 보고 싶고 공작새도 보고파라
없는 눈을 살려내고 환히 보면 소원성취
"구름 한 대 빨러 왔냐?"
더듬더듬 내 차례다 허겁지겁 급하구나
뽁뽁뽁뽁 먹어댄다
뽁! 소리에 한 눈 뜨고
뽁! 소리에 두 눈 뜨고
에헤라 밝은 세상 콧구멍도 다 뚫린다
뽁! 세 눈 뜨고
뽁! 네 눈 뜨고
어마마 뽁 뽁 뽁 뽁뽀뽁뽁
눈깔복이 터졌구나
해는 하나 빛나건만 지눈에는 수십 개네
구름나무 연기따라 소원 솔솔 올라간다
푸른바다 주름잡는 수염고래 귓구멍에
오징어가 속닥속닥
꼬리 출렁 휘저으니
둥실둥실 해 나오고
꼬리 철퍽 휘저으니
구름나무 앞이로다
수염고래 무슨 소원 빌까 하니
바다 짠물 싫증난다 다른 세상 가고파라
"구름 한 대 빨러왔냐?"
움뻑움뻑 먹는구나 구름나무 피는구나
뭉실뭉실 연기따라 수염고래 올라간다
구름문이 열린다
구름문을 넘어 서니
은하수가 출렁출렁 별들이 파도친다
꼬리 찰랑 휘저으니
번쩍번쩍 별가루가 춤을 춘다
별천지가 여기로세
하얀 얼음을 마시고 하얀 눈털을 입은
하얀 인어를 먹고 하얗게 숨을 쉬는
얼음나라 하얀요괴
뒹굴뒹굴 구르다가 봉봉봉봉 헤엄치다
눈산으로 올라서서 젖은 털을 털어대니
칼같은 고드름이 사방으로 날아간다
얼음산 잘라내어 와구와구 씹어먹다
후루룩 퉤퉤 밷어내니 눈폭풍이 몰아친다
와하하하 재미지다 천둥같은 웃음소리
눈나라가 흔들흔들 눈산 폭싹 무너진다
여길 봐도 하얀 세상 저걸 봐도 하얀 얼음
아라라 ?
만 리 보는 두 눈으로 이리저리 째려봐도
물속까지 뚫어 보는 뒷눈으로 훑어봐도
고래란 놈 어디갔나? 심심해서 죽겠는데
하얀 오줌 내질러서 온바다를 얼려볼까
히히히히 웃음소리 깜짝 놀란 아귀가족
큰 입을 쩍 벌리고 고래소식 노래한다
"구름 한 대 맛 좀 보오"
봉실봉실 솟는 연기 혼나가는 달친 향내
무슨 소원 빌어볼까 시원한 얼음나라 지겹구나 하얀눈은
불이란 놈 있다는데 뜨거운 맛 궁금하다
향기로운 구름연기 몸뚱이에 퍼져간다
가슴 안에 모인 연기 돌맹이로 뭉치더니
낼름낼름 혓바닥에 반짝
꽁싯꽁싯 똥구멍이 따끔
눈에선 불물이 찔끔
하얀 머리털에 화르륵 불이 붙는다
가슴 안 돌맹이가 빨갛게 타오른다
켁켁켁 기침 하니 검은 연기 울컥 난다
뜨거운 불물을 마시고 불타는 새의 깃털을 입은
타오르는 태양을 먹고 빨갛게 숨을 쉬는
불나라 빨간 요괴
흐르는 불바위와 데굴데굴 구르다가
용암에서 불장어 불거북과 헤엄치다
화산으로 울라가서 타은 털을 털어대니
불새 낳은 불알들이 사방으로 날아간다
화산 안에 끓는 용암 한 사발을 퍼내더니
불알 넣고 불꽃 뿌려 후루루쩝쩝 마시누나
아다닥아다닥 불알 씹고 장쾌하게 트림하니
연기속에 반짝반짝 새'끼불새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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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김정현 - 구름나무/images/i_list.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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