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서 부처의 얼굴을 보면
20대에는 부처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었다.
30대 어느 순간부터 부처가 나를 노려보는 것 같아 눈을 마주 칠 수가 없었다.
40대에 접어드니 부처의 얼굴이 계속 변해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어느 해질 무렵 집에서 영화사까지 한시간 가량 걸어 갔었다.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며 경전을 외워
절 밖 마루에 앉아 목탁을 들으며 바람에 흔들리는 숲을 보았다.
흔들리는 초록 숲이 부처의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숲이 좌우로 흔들리다 다시 일어서는 걸 한참 보다 미련 없이 절을 나섰다.
마음은 어느새 비워져 있었다.
시원한 함흥냉면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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