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3-11-28 19:53:19)

이재훈

12 백승연 - 거울

거울

백승연

창밖을 본다.
그곳에는 새카만 어둠과
홀로 앉아있는 나의 모습이 있었다.

푸르른 초원과
철로를 따라 달리는 강과
그걸 지켜보는 내가 있었다.

흰 백사장에 태풍이 몰려와
하늘을 검게 물들일 때에도
나는 창밖을 지켜보고 있었다.

기차가 지나가면서
붉게 물든 단풍들이 흔들려 떨어지는 날에
나는 창밖의 풍경과, 그곳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았다.

흰 눈이 쏟아지던 날
창에 내려앉은 눈송이가 물방울이 될 때
나는 무엇을 보고 있었던 걸까.

나는 창밖을 본다.
이제 그곳에는 나와 네가 비친다.
나는 더 이상 풍경을, 나를 보고 있지 않다.
나는 너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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