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 전에,
<글터괴수열전>의 제2화가 마감된 후 나는 임작가에게 적생부를 넘겼다. MSN 대화창을 가득 메운 '삐리리한 사람 리스트'를 보자 임작가는 "헉!"을 외쳤다. 그러나 이내 곧 그의 알 수 없을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우헤헤헤헤헤~"라고 타이핑 된 그의 말에는 어떤 저의가 숨겨져 있을까. 이번 호에서는 좀전에 말한 '삐리리한 사람 리스트'가 무슨 말일지 맞출 수 있는 괴수를 소개하고자 한다.
1 만남
퀴즈라면 바쁜일을 제쳐두고 온 몸 불사지르듯 신경을 곤두세우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글터 92학번 송정호다. 딴에 시인인지라 나는 한때 '오오, 시인~'이란 투로 우러러 봤었다. 그러나 나의 환상은 그를 안지 얼마 되지 않아 철저히 붕괴되었고 되려 나는 그의 뇌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하게 되었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는 2002년 12월 추운 어느 날 정도로 기억된다. 당시 추억의 드림위즈 클럽에서 온라인상으로 그의 수려한 말빨만 훔쳐보다가 실제 대면했을 때의 느낌은 적당히 '어안이 벙벙'이라고 하면 되겠다. 심적으로 우러러 봤던 것과는 달리 그의 키는 나의 것에 미치지 못한바 약간이나마 나는 내려다 볼 수 있었고, 내려다 본 그의 얼굴에서 비범한 어떤 것들이 나의 눈을 자극했다. 아니 나의 환상이 순간 깨져서였을까, 그 때 든 생각은 '아 시인이 별게 아니구나...'였다. 그의 머리는 손을 대면 까칠까칠할 듯 말듯할 정도의 짧은 머리였고 얼굴의 모양은 약간 길죽하면서 둥그레했다. 세월의 흐름을 얘기하듯 그의 턱선은 그나마 아직 임작가에게서는 찾을수 있는 팽팽함을 잃고 스르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래, 그래도 한 5년 전에는 턱끝이 뾰족하진 않았을까 짐짓 생각도 해 보았다. 그의 우뚝한 코가 없었다면 혹 그는 거울을 보며 절망하지는 않았을까, 이런저런 생각뒤에 시선은 물빛어린 눈망울과 옅은 눈썹으로 향했다. 조금은 넓은 이마 아래의 옅은 눈썹이어서인지 눈가에는 휑한 바람같은 게 부는 느낌이었고 그의 눈 속에는 촉촉하게 빗물도 한껏 젖어 있는 듯 쓸쓸한 구석이 있었다. 후에 술을 마시면서 그의 눈에서 발견 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집중력이랄까, 내면의 열정이 그대로 눈 속에 담겨있었다. 역시 시를 쓰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차츰 그의 눈속에 흡입되기 시작했다. (2002년 겨울에는 그랬다;;)
날씨가 막 추워지던 참이었는데 온라인상으로 내가 날씨에 관해 냈던 퀴즈를 그가 맞췄던 것으로 기억 된다. 물론 상품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나를 만나 정답을 확인했을 때 자신이 정답을 맞추었다는 자부심으로 충만해 보였다. 퀴즈는 대강 이런 거였다.
『 오늘 날씨를 다음과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XX XX XX!"
위 문장을 적절히 완성하시오. 』
술자리로 발걸음을 옮기던 차에 그가 나에게 퀴즈의 정답을 물어왔다.
"내 말이 맞지? 시팔 존나 춥네"
그날도 날씨가 추워 모두들의 얼굴은 푸르딩딩하게 오그라들고 있었는데, 내가 깨갱하며 맞노라 했을 때 아직 술도 안 들어갔는데도 그의 얼굴에서는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곧이어 술자리에 들어서자 금새 어우러진 글터인들은 술잔을 너끈너끈 넘겼고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는 그동안의 잠적에 대해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현재는 서울문화사에 있다고, 그리고 등단에 관한 소식도 자세히 일러주었다. 좋은 소식과 함께 사람을 처음 만난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다.
- 2부에 계속 -
서정변태 (2004/01/06 10:40:56)
한글파일을 함께 업로드했으니 출력해서 보시면 가독성이 더 나을 겁니다.
92윤경 (2004/01/08 14:30:44)
엄청난 조회수를 자랑하는 괴수열전이다..
멋진걸~~
좀비태훈 (2004/01/08 14:34:48)
예고편! 정호편이 끝나면 "명륜동 논스탑! 그 남자들이 수상했어."편이 연재됩니다.
명륜동 논스탑 편에선 보화형(90), 민호형(91), 득수형(91), 평진이형(91)이 출연합니다.
아마 이거 쓰고 난 뒤에 좀비 태훈은 한동안 잠수를 타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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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괴수열전> 제 3 화 : 난 뇌가 없어 (1) (92 송정호편)_bleen/images/comment_del.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