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2-03-03 22:39:19)

이재훈

'11문집 : 곰팡이 꽃

곰팡이 꽃
- 왜 그들은 눈물이 머문 자리에만 피는지

'04 정지문

창이 넓으면 외풍이 세다며
라면상자 덧댄 창문에는
달도 반만 차오르고
우리는 어설피만 자라지

바람 몸 깊숙이 스미는 겨울이면
무표정한 벽에도 천개의 눈이 있어
일제히 낮은 소리로 잠들지 못하고
낙루 스민 자리엔
주검 아닌 살아있는 꽃이 핀다
우린 반만 자라도 꽃들은 생의 결을 따라 번진다

그래도 세상 모든 곳에 궹한 꽃이 피는지
'이 놈들아 집도 없냐?'라는 따가운 서슬을 피해
늦도록 골목으로 새는 아이들
그 목덜미엔 늘 휑한 내임이 머물러
쓸쓸함을 서로 맡으며 골목으로
다음 골목으로 다시 이 골목으로
밤보다 빠르게 스몄지

하수 냄새 진한 천에서 불을 쬐어도
목덜미 번뜩일 때까지
흙바닥을 뒹굴어도,
골목에 미쳐 침묵하는 어둠
오래도록 몸을 담가도
더 깊게 스미는 흔적

그래 달은 반만 차고, 우리는 어설피 자라고
꽃은 소리 없이 피지

- 감상 -

박노해의 시 중 "나 거기 서 있다"에서 다음 구절이 생각나네요.

몸의 중심은 심장이 아니다
몸이 아플 때 아픈 곳이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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