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4-04-24 20:22:10)

이재훈

신경림 - 봄비를 맞으며

봄비를 맞으며

신경림(사진관집 이층, 창비, 2014.3)

그 여자가 하는 소리는 늘 같다.
내 아들을 살려내라 내 아들을 살려내라.
움막집이 헐리고 아파트가 들어서고
구멍가게 자리에 대형 마트가 들어섰는데도
그 여자는 목소리도 옷매무새도 같다.
공중전화 부스 앞에 줄을 서는 대신
모두들 제 스마트폰에 분주하고
힘들게 비탈길을 엉금엉금 기는 대신
지하철로 땅속을 달리는데도
장바닥을 누비는 걸음걸이도 같다.
용서하지 않을 거야 용서하지 않을 거야.

세상이 달라졌어요 할머니 세상이.
이렇게 하려던 내 말은 그러나 늘 목에서 걸린다.
어쩌면 지금 저 소리는 바로
내가 내고 있는 소리가 아닐까.
세상이 두렵고 내가 두려워
속으로만 내고 있는 소리가 아닐까.

아무도 듣지 않는,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는,
올해도 죽지 않고 또 온 그 여자의
각설이 타령을 들으며 걷는
달라진 옛날의 그 길에 시적시적 봄비가 내린다.

- 감상 -

신경림 신작 시집 "사진관집 이층"에는 좋은 시들이 많이 있네요.
매달 최신 시집을 사는 이유는 시인들의 눈을 통해서
세상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입니다.


175	오봉산 [1]	이재훈	12/05/24	1836

174	슬픔 [1]	이재훈	12/05/10	1838

	신경림 - 봄비를 맞으며	이재훈	14/04/24	1840

172	결혼축시 : 두 사람	이재훈	12/04/03	1846

171	백무산 - 체제	이재훈	17/02/28	1847

170	박노해 : 부모로서 해줄 단 세 가지 [1]	이재훈	12/01/27	1848

169	돌아서는 충청도 [1]	이재훈	12/06/01	1848

168	12 백승연 - 그랬다	이재훈	17/05/26	1849

167	구광본 - 서른 해	이재훈	17/02/20	1850

166	시집신간 : 고독이 거기서 - 『뿔을 적시며』(이상국,'12.2 창비)	이재훈	12/03/09	1852

165	박노해 : 꼬막(지상파 방송의 망조들린 행동을 보며) [2]	이재훈	12/01/06	1853

164	레드카드	이재훈	12/06/25	1853

163	선인장	이재훈	14/07/04	1854

162	산과 길	이재훈	12/09/14	1858

161	2002년 문학세계 1월호 신인당선작 2	송정호	03/03/17	1861

160	달리고 싶다	이재훈	12/02/28	1863

159	이인주 - 민주주의 수사학	이재훈	14/05/26	1868

158	장마 2005	모우	05/06/17	1869

157	별과 달	이재훈	12/10/03	1869

156	'11문집 : 곰팡이 꽃	이재훈	12/03/03	1875


[1]..[11] 12 [13][14][15][16][17][18][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