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바람 부는 날,
뱃일을 나가시는 아버지의 그림자 뒤로
밤새 동사(凍死)한 달빛을 업은 서릿발이
복병처럼 일어나 따라 간다.
한 알 한 알의 서리 마다 기인 한숨이 깃들어 있다.
안개가 밀가루를 퍼부어 대듯 바다를 농락하고
파도치는 대로 울렁이는 고깃배,
머얼리 숨어 버린 수평선이
한 무더기의 갈매기를 뜯어먹고 있다.
앞마당서 꼬리를 흔들던 누렁이
매운 바람에 눈 비비며 아버지 뒤를 쫓고,
여섯 마리의 새끼 돼지는
어미의 품 속에서 한껏 웅크린다.
그 옆, 앙상한 한 그루의 감나무
바다 쪽으로 자라고 있다.
이는 바람 막아 서듯 한 뼘의 햇살이 비추고,
그물을 손질하는 어머니를 달래며
감나무 가지 위에 걸터앉은 하얀 까치
흥겨운 재잘거림이 안개를 툭 툭 털어 낸다.
버짐처럼 번져 오는 앞 바다의 으르렁 속에
얼기설기 얽혀 있는 그물코
그 그물코 마디 마디 마다
아버지가 잡아 올릴 은빛 비늘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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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문학세계 1월호 신인당선작 5/images/i_list.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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