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2004-10-12 00:39:44)

김동춘

색깔론은 보수세력의 마지막 보루

※ 지의 끝을 살피자! 그리고 그 위에서 세상을 살피자!
뭐 이런 의도를 가지고 무턱대고 시작합니다.^^ - 재훈-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 2004년 [한겨례 신문]이 선정한 '한국의 미래를 열어갈 100인 -

지승호 : 지유철씨 인터뷰 책을 보니까 "한국 작가들의 사회의식이 부족해서 한국전쟁과같이 중요한 역사적 경험에 대한 예술 작품이 없다"는 말씀을 하셨던데요.

김동춘 : 그래서 '태극기 휘날리며'가 나왔잖아요(웃음)

지승호 : 최근에 한국전쟁과 냉전시의 비극적인 상황을 다룬 영화가 2편이 나와서 흥행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태극기 휘날리며'(이하 '태극기')와 '실미도'는 보셨습니까?

김동춘 : 못 봤는데요. 하지만 '태극기'는 제가 시나리오 단계에서 참여했어요. 끝날 때 보면 화면에 이름이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아직 못 봤지만.(웃음) 저하고 박명림씨하고 시나리오 검토를 했었죠. 강제규 감독이 제 책 [전쟁과 사회]를 읽고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더군요. 그런데 그건 650만 명이나 봤다던데, 제 책을 읽은 사람은 만 명도 안 되니......(웃음) 제 책을 10만 명만 보면 대한민국이 달라질 것 같은데.....(웃음)

지승호 : 어쩐지 [전쟁과사회]를 읽을 때 '태극기'가 이 책을 많이 참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던데,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태극기'나 '실미도' 같은 영화가 만들어진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동춘 : '실미도'도 아직 못 봐서 잘 모르지만, 일단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북파 공작원들하고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했는데, 결국 그분들도 다 분이나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이죠. 그런 부분들이 정치적으로 해결이 안 되고, 문화적인 부분을 통해서 대중화가 되었다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가진 과거에 대한 극히 부정적인 인식이나 무지 같은 것을 깨줄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우리같이 글 쓰는 사람들이 전달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전달해 주는 거니까 분명히 긍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매체의 한계 때문에 천만 명이 봐도 그 천만 명이 본 것을 통해서 - 제가 [한겨례신문]칼럼에도 그런 말을 했는데 - '왜 그런 문제가 해결이 안 되고 있는지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이 좀 있죠.

지승호 : 그 영화들을 보면 우리측이 행했던 학살 장면이 극히 일부 나오는데도 '이적행위가 아니냐' 이런 식으로 반발하는 세력들이 우리 사회에 아직도 많은 것 같습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사람도 있었구요.

김동춘 : 있죠. 아직 강하죠. 제가 관여하고 있는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에서 낸 법안 통과도 보류되었잖아요. 우리사회에서 성우회니 재향국인회니 하는 각종 우익단체들이 숫자는 얼마 안되지만, 금전적으로나 권력층의 핵심적인 부분에서 여전히 큰 역할을 하고,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아직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어요. 아직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되겠죠. 어떻게 보면 그 사람들이 다 죽어야 솔직하게 거론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50년이 지나긴 했지만, 그런 부분들을 건드리는 것 자체가  아직도 성역이고, 성역이라는 말은 동시에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담론의 지형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거죠.

지승호 : 얼마전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도 담화에서 색깔론 비슷한 애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그런 규명이 미흡하고,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 정권이 친북적'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아직까지 색깔론으로 자기들의 정치적인 어려움을 타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동춘 : 그게 그 사람들의 마지막 무기죠. 결국은 좌익공세라는 게 자기 콤플렉스가 많거나 도덕적인 입지가 없는 세력들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언덕인 셈이죠.그게 빨갱이 시비로 나타나는데, 기본적으로 파시즘입니다. 공개적으로 정책적이거나 이론적인,그런 싸움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궁지에 몰리면 빨갱이 시비로 나가는 거죠. 노동현장에서도 그렇구요. 아마 노정권이 그런 담론에 기대는 세력들을 완전히 정리하는 계기가 된다면 나름대로 역사적인 의미가 있겠죠. 지역주의와 빨갱이 시비는 우리나라 보수세력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언덕입니다.

지승호 : 아까 [전쟁과 사회]를  10만 명 정도만 보면 한국사회가 달라질 것이라는 말을 농담반 진담반의 말씀을 하셨는데요.  그만큼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한국전쟁의 고정관념을 깬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여기에 대해 보수세력들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논평이나 논쟁도 없구요.

김동춘 : 무시하죠.

지승호 : 그이유는 아무래도 논쟁을 하다 보면...

김동춘 : 약점이 드러나죠. 엄청난 많은 약점들이 드러나기 때문에 일단은 무시하고, 그런 담론을  가진 사람이 권력의 중심 근처에 들어가게 되면 [조선일보]가 최장집 교수한테 한 것처럼 막 공격을 하는 거죠.(웃음) 그 사람들이 어떤 정책, 예컨대 노동정책이나 경제정책이 진보적인 것에는 공격을 덜해도,6.25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견이 제시되면 마구 공격하는 이유가, 그게 그 사람들의 가장 큰 약점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아픈 데라는 거죠. 그래서 두고보지 못하는 거구요. 하지만 권력권에 가지 않는 학술적인 논의는 무시해 버립니다. 무시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담론 형성이 되지 않게 만들어버리려는, 그런 측면이 있는것 같아요.

지승호  : 그런 부분에 대해서 매스컴을 통해 이슈화할수도 있을 텐데요. 언론들도 성역이라고 생각해서 제기하지 못하는 겁니까?

김동춘 : 그렇죠. 마찬가지예요.제가 민간인 학살 문제에 관여하면서 몇 번을 시도했는데요. 제가 신문사 같은  데 제 글을 실어달라고 부탁한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그런데 그 글은 제가 실어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조중동 중에서는 [동아일보]에 딱 한 번 실렸는데, 나머지는 그 주제로 칼럼 같은 것이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어요. 데스크 선에서 다 짤려요.

                                              출처 : 마주치다 눈뜨다
                                                       (인터뷰 | 한국사회탐구)
                                                       지승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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