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 우울하다. 하지만 단지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거울을 볼 때마다 늘어가는 흰 머리를 보면 우울하고, 소년은 쉬 늙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다는데 하고 싶은 일들을 미뤄 둔 채 밥벌이에 매달려 시간만 흘러가는 것 같아 우울하다. 극제적 금융위기에 경기침체, 다가오는 겨울이 우울하다. 선거에 이긴 자신을 위해 헌신한 공신에게 녹봉을 하사하듯 언론사 사장자리를 내주는 명박이 땜에 우울하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기 싫어 후배기자들 보기 민망하지 않으냐는 질타에 "열심히 하겠다."는 말로 답하는 언론사 사장을 보니 우울하다. 그런 자를 대통령이라고 뽑아준 우리들 때문에 우울하고, 아이들 먹는 과자와 우유에 플라스틱 쟁반 만드는 재료인 맬라민을 넣었다닌 소식을 들으니 우울하다. 언제나 기쁜 일보다는 우울한 일이 많은 것이 인생인가?
언젠가 밝은 기분으로 즐거운 뉴스를 들을 날은 올까? 우울한 기분을 달랠 좋은 시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왜 이 순간 정말 우울한 시가 떠오르는 걸까?
구우(오래 내리는 비= 장마비 정도)
정약용
궁벽하게 사노라니 사람 보기 드물고
항상 의관도 걸치지 않고 있네.
낡은 집엔 향랑각시 떨어져 기어가고,
황폐한 들판엔 팥꽃이 남아 있네.
병 많으니 따라서 잠마저 적어지고,
글짓는 일로써 수심을 달래 보네.
비 오래 온다 해서 어찌 괴로워만 할 것인가
날 맑아도 또 혼자서 탄식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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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면계좌처럼 휴면 사이트가 되어가는 졸업생 모임..._bleen/images/i_list.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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