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길에 가던 어느 저녁날
너는 내 앞에 나타났다
나를 보고도 확 가버리지 않고
멀리서 나를 쳐다보았다
다가가면 도망가더라도
다시 내 근처를 맴돌았다
나는 들고 있던 치도스 봉지를 뜯었다
던져주니 너는 코를 킁킁댄다
그러더니 관심없는 척 다시 내 주위를 맴돈다
고양이 주제에 가리는 것도 많다
집에 가려고 등을 돌리니 야옹
나에겐 너무 애처롭게 들리는 그 소리
너는 나를 유혹하는 것이냐
나를 납치해 달라고
땅바닥에 엎드려 고양이와 눈을 맞추어 보았다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다
그 동그란 눈동자가 물끄러미 날 바라보았다
그것은 외로움. 그것은 손길에 대한 갈망.
그러면서도 또 자신에게 오는 것을
경계할 수 밖에 없는
사랑받고 싶으나 사랑받으려 하지 않는 자의
상처 쌓인 외로움
너도 외롭냐. 나도 또한 외롭다.
집에서 새우깡은 잘 먹던데... 먹으려나
걱정되는 마음에 가 보니 이미 없다
너는 이미 가 버리고 없다.
/images/view.gif)
/images/w_name.gif)
/images/w_subject.gif)
09 박기훈 - 새(끼) 고양이/images/i_list.gif)
/images/i_prev.gif)
/images/search.gi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