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7-06-24 22:02:13)

이재훈

15 조현우 - 연못

연못

15 조현우(청춘을 새기는 시간)

아직 황소가 세상에서 제일 두려웠던 시절
나에게도 털보다 부끄러움이 많았을 때
우리 집 뒷마당에는 연못이 있었다

소풍마다 옆자리에 와서 앉던 윤이가 이민 갔을 때
남들 따라 나무둥치라도 태워 보내면
눈 돌리는 사이에 사르륵 바닥으로 주저앉았지

돌을 던져 일렁이면 다시 볼 수 있으련만
조금씩, 연못은 작은 횃불들을 삼키고는
낯선 남자의 얼굴만을 비춰주었다

열없는 아이는 오간데 없고
출렁이지 않는 연못 안에는
차마 재가 되지 못한 불꽃들의 묘비뿐

어머니는 오늘도 눈물로 청주를 담근다
나는 그걸 마시며 자란다
내 안의 연못을 키워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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