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7-06-24 22:02:13)

이재훈

15 조현우 - 연못

연못

15 조현우(청춘을 새기는 시간)

아직 황소가 세상에서 제일 두려웠던 시절
나에게도 털보다 부끄러움이 많았을 때
우리 집 뒷마당에는 연못이 있었다

소풍마다 옆자리에 와서 앉던 윤이가 이민 갔을 때
남들 따라 나무둥치라도 태워 보내면
눈 돌리는 사이에 사르륵 바닥으로 주저앉았지

돌을 던져 일렁이면 다시 볼 수 있으련만
조금씩, 연못은 작은 횃불들을 삼키고는
낯선 남자의 얼굴만을 비춰주었다

열없는 아이는 오간데 없고
출렁이지 않는 연못 안에는
차마 재가 되지 못한 불꽃들의 묘비뿐

어머니는 오늘도 눈물로 청주를 담근다
나는 그걸 마시며 자란다
내 안의 연못을 키워가며


95	익명개작 - 글터의 시(원작 김성모 - 마계대전)	이재훈	17/05/26	1474

94	89 정성호 - 침묵의 거리	이재훈	17/08/01	1470

93	문수봉	이재훈	13/07/09	1465

92	02 유희동 - 스무살의 슬픔, 회상	이재훈	17/06/08	1454

91	02 나영주 - 담벼락의 사나이	이재훈	17/07/13	1448

90	01 박동진 - 가루열매	이재훈	17/06/02	1437

89	00 정두환 - 냉장고	이재훈	17/05/31	1435

88	박노해 - 두개의 등블	이재훈	21/03/23	1432

87	93 김정현 - 봄의 정원에 있는 작은집	이재훈	17/07/06	1426

86	11 이현규 - 군대 간 내 친구여	이재훈	17/06/20	1425

85	08 김종성 - 방랑예찬	이재훈	17/05/20	1422

84	촛불의 광화문	이재훈	13/06/19	1416

83	00 정두환 - 落果	이재훈	17/06/24	1411

82	00 최은정 - 제목없음	이재훈	17/05/31	1410

81	00 이치우 - 베컴을 아시나요	이재훈	17/05/31	1410

80	00 신승원 - 청개구리 같은 여름, 우글거리는 풀	이재훈	17/07/02	1397

79	박노해 - 꿈은 간절하게	이재훈	17/05/12	1395

	15 조현우 - 연못	이재훈	17/06/24	1393

77	12 박세영 - 채움	이재훈	17/05/29	1383

76	96 김익경 - 일상에 관한 자질구레한 싸움	이재훈	17/07/30	1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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