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4-10-07 15:54:28)

이재훈

나희덕 - 속리산에서

속리산에서

나희덕 (그곳이 멀지 않다, 민음사, 1997)

가파른 비탈만이
순결한 싸움터라고 여겨 온 나에게
속리산은 순하디 순한 길을 열어 보였다
산다는 일은
더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듯
평평한 길은 가도 가도 제자리 같았다
아직 높이에 대한 선망을 가진 나에게
세속을 벗어나도
세속의 습관은 남아 있는 나에게
산은 어깨를 낮추며 이렇게 속삭였다
산을 오르고 있지만
내가 넘는 건 정작 산이 아니라
산 속에 갇힌 시간일 거라고,
오히려 산 아래서 밥을 끓여 먹고 살던
그 하루 하루가
더 가파른 고비였을 거라고,
속리산은
단숨에 오를 수도 있는 높이를
길게 길게 늘여서 내 앞에 펼쳐 주었다


355	99 노경훈 - 지하꽃	이재훈	17/07/29	1014

354	99 김종식 - 무제	이재훈	17/07/29	888

353	99 김선태 - 한 마리 개미의 죽음에 이르는 路程	이재훈	17/07/29	3438

352	98 임태훈 - 못 다한 말	이재훈	17/07/29	815

351	10 정명지 - 봄이 내린다	이재훈	17/07/29	940

350	10 최민석 - 탯줄	이재훈	17/07/29	953

349	93 김모우(자영) - 별의 거리	이재훈	17/07/29	845

348	03 조윤 - 입산 금지의 치악산, 산행	이재훈	17/07/25	1074

347	95 장원재 - 독사	이재훈	17/07/25	889

346	89 정성호 - 슬픔에 관하여	이재훈	17/07/25	954

345	08 조철환 - 눈	이재훈	17/07/25	977

344	00 노가영 - 생의 충동 1	이재훈	17/07/25	1049

343	16 이명은 - 일어나기 위해서	이재훈	17/07/23	1102

342	06 성유진 - 햇살같이	이재훈	17/07/23	1097

341	12 김재희 - 나는 소리가 좋다	이재훈	17/07/22	1100

340	04 김송화 - 식구	이재훈	17/07/16	1242

339	88 하주찬 - 겨울비	이재훈	17/07/16	1196

338	99 김선태 - 춘천행	이재훈	17/07/16	1238

337	97 문주희 - 해빙	이재훈	17/07/16	1185

336	06 정지종 - 이별 보고서	이재훈	17/07/1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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