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7-07-02 23:14:26)

이재훈

93 강현준 - 형

형

93 강현준(청춘을 새기는 시간)

잔뼈가 굵어서
손마디가 뭉특해져서 불상사납게 변해버린
열두 시간의 조그만 빈틈 속에서 손금을 보았다.
일간지에 난 운세를 열심히
인테리어로 성공할 황제를 꿈꾸며
세평남짓한 단칸방에서 새우잠을 자고 있는 그,

인플레의 한계를 치닫는 물가지옥속에서
갈수록 느는 잔업에 반비례하여 가벼워진 월급봉투를 채워주는
사장님의 고통분담론
그 밑에서 감사(?)의 애국가를 부르는 동료사원들.

오늘은 밀린 두달치 방세를 치르며 얻어온 김치로
돼지고기반근의 찌개를 끓인다.
서너 가지의 마른 반찬과 밥 두그릇에도
낡은 상다리가 휘어지는 거짓환희의 잔치.
그리고 입가심으로 목젓을 찌르는 깡소주한잔이
노동에 지친 형의 어깨를 이불 속으로 끌어당긴다.

두달만에 메꾼 카드의 풀릴 날만 기다리며
이제는 저축을 해야지 하는 가계부의 맹세는,
아직도 살림구색을 갖추지 못한
형의 주름살 하나 속에는
고향에서 칠순에도 삽자루를 들고 계실
아버지의 썩은 이가 아스란히 스치고 지나간다.

쏟아지는 잠을 지우며
한 가죽장갑에 기어변속도 안되는 16단 짜리 자전거에

저녁 노을을 등에 지고
살이 빠져 헐렁한 바지사이로 밀려오는 바람을 가다 잡으며
다시 작업장으로 향하는 형의 뒷모습위로
울려 퍼지는 콧노래는
왜이리 처량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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