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2-04-18 13:08:01)

이재훈

용장사지 가는 길

시집신간 : 그 모든 가장자리, 백무산 2012.3 창비

용장사지 가는 길

백무산

경주 남산 용장사지 가는 길
처음 갔을 땐
어둑한 길을 짐작 하나 앞세우고 지도도 없이 찾아갔다

두번째부터는
못미처 계곡에서 꺾었거나 지나쳐서 모통이를 돌았거나
걸음이 남았거나 숨이 모자라서 헤매다 그냥 왔다

사랑도 그와 같아서
더운 피가 앞선 대로 따라간 처음 사랑은 눈물도 이별도 황홀했다
이리저리 굴려본 사랑은 넘치거나 못 미쳤다

눈을 감고도 길을 찾을 즈음에는 이미
길은 길이 아니라 통로에 불과했다
길을 가고 길을 잊어야 못 본 첫길이 두근거리며 열린다
종일 듣는 바람소리 처음 듣는 소리다

- 감상 -

길을 잊고
길을 가야
길이 보인다
더운 피가 시키는대로

매일 똑같은 세상도
신선하게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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