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표 없는 갈림길에 마른 고목이 서 있었다.
가지 하나는 울창한 나무들로 둘러싸인
어두운 숲길을 가리키고 있었다.
길이 좁고 어디로 나있는지 몰라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다른 가지들은 화창한 하늘이 보이는
반듯한 길을 가리키고 있었다.
숲으로 가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발은 이미 밝은 곳을 향했다.
길의 끝은 벼랑이었고 멀리 비봉이 보였다.
향로봉은 암릉을 올라가야 했다.
해질 무렵이라 산을 오르는 사람은 없었다.
오를수록 경사가 급하고 바위가 매끈해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며칠전 이 산에서 낙상한 사람이 있다는 기사가 생각이 났다.
아래가 허전한 암릉을 계속 올라 마지막 바위를 올라서니
여러 길들이 보이기 시작헀다.
계단길
줄을 잡고 올라오는 길
숲으로 연결되는 그 길도 보였다.
내가 올라온 길은 길이 아니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니 전망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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