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임종을 맞은 노인이 몇 일 동안 의식불명으로 있었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이 의식이 회복되지 않을 것임을 느끼고 장례를 준비
하려 할 때, 갑자기 노인이 눈을 번쩍 뜨고 상체를 일으키더니
왈 "아, 좋다"라고 냥냥한 목소리로 유언을 남기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졸업 후 학생운동을 2년 이상 하다가 정리 하면서 아직도 살아가
야 할 날이 많은데 "무엇을 할 것인가?"를 힘들게 고민하였던 시절
나에게 기슴 깊게 다가왔던 이야기이다. 인생을 대강 70년으로
놓고 볼 때 한터인들은 대부분 아직도 살아가야 할 날이 많다.
우리가 자유와 평등을 논하고 고민하였던 시절, 그건 과연 20대의
객기나 낭만이었던가? 물론 20대 초반처럼 생활할 수는 없고
또한 그렇게 생활해서는 절대 안된다. 그러나 우리가 가졌던 현실
에 대한 고민과 미래에 대한 열정, 그 모두를 도매급으로 넘기지는
말자. 신중한 것과 포기하는 것은 다르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신중함을 가장하고 많은 이상과 꿈과 현실에 고민과 접근을
포기하고 있다.
인간의 영원한 딜레마인 죽음 앞에서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곤 한다.
현실에 적당히 타협해서 사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 그 또한 많은
시행착오와 절망을 우리에게 준다. 그러나 건강한 생활인이여
살아있는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 포기해선 안될 것들이 있다는 생각
이 든다. 물론 나에게도 정확한 답은 없다.
그러나 포기에 익숙해지지 않기!
임종을 맞이하여 내가 내 삶을 스스로 만족하며 죽음을 따스하게 맞
이할 수 있다면... 그러기 위해서 나는 좀 더 멀리 보고, 포기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며 하루를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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