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3월 30일, 간밤 자기전 머리맡에 그려놓았던
햇님탓이지는 모르겠으나 다행히 밖은 흐린 기운도 없이
화창히 개어있었다. 부라나케 준비를 하고 (2시까지
집결하기로 한 학교로 걸음을 서둘렀다.
우리가 가는 곳은 강촌 ~.
'어! 산넘어 강촌에는 누가 살길래...' 차짓하면
이 싯구가 흥얼거리며 나오기 쉬운 지명이었다.
남촌이 아니라 강촌이라~ 잘은 모르지만 우리나라 강원도에
위치한 산 좋고 물좋은 한 시골마을의 이름인 양 왠지
푸근한 느낌마저 가질 수 있었다.
동아리방에 도착했을 땐 이미 30분이 지난 시각이었다.
덕분에 동료 선배들에게 많은 지탄도 받았지만 정다운 얼굴들과
함께 떠나는 여정을 남겨 놓았기에 마냥 들뜨고 즐겁기만 했다.
대강의 채비를 끝낸 후, 우리는 청량리 역으로 향했고
예정된 시간에 맞추어 기차를 탈 수 있었다.
가는 기차안에서 우리는 편히 자리를 잡고 게임을 시작했다.
일상의 생활에서 벗어난 모처럼만에 갖는 우리만의 시간이었기 때문에
강촌으로 향하는 기차속에서 우리의 유쾌한 웃음소리는 그칠 줄을 몰랐다.
강촌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예정보다 훨씬 늦은 6시를 향해 가고 있어,
강촌은 태양 아래의 화창한 낮 풍경은 이미 그 모습을 뒤로하고
이젠 한적한 풍경과 제법 소슬한 바람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예정보다 많은 시간이 지체되었기 때문에 짐을 푸는대로 선배들은
저녁식사 준비에 들어갔고, 그대신 우리는 그 한시간동안
소위 '백일장'이라는 것에 응해야만 했다.
선배가 나누어 준 2장의 원고지와 간단한 필기도구를 들고서
우리는 터벅터벅 강가로 향했다. 이미 그 위력을 상실한 태양아래
잔잔히 시내를 흘려 보내고 있는 모래 강가에 제각기 앉아,
우리는 나름대로의 창작력을 발휘 해보고자 애를 썼다.
마음은 조급한데 의뢰로 펜이 쉽게 나아가지가 않았다.
그러나, 처음엔 건성으로 강가에서 노는 꼬마들과 장난을 치거나
한숨만 푹푹 내쉬던 아이들의 모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한 '창작인'으로서의 진지한 빛을 더해갔다.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곧 우리는 큰 원으로 둘러 않아
합평회를 시작했다. 합평회는 우리의 창작물을 선배들이
하나씩 맡아 낭독을 한 후, 서로의 느낌이나 조언 등을
주고 받는 식으로 전개되었다. 하나 하나의 작품마다
쏟아져 나오는 선배들의 날카로운 지적과 비판에
우리는 절로 식은 땀이 흘러 내렸다. 그러나 '비난'이
아닌 '비판'이었기에 공이어진 뒤풀이 자리에서
한잔 두잔의 술을 주고 받으며 우리 모두는 선배들의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밤이 깊어을 때, 우리는 형광등 대신 하나의 촛불을 밝혀 놓고
LIFE STORY를 진행했다. 참으로 많은 사연들과 애환들이 있었고,
어떤 친구는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자신이 살아온 길을
숨김없이 털어 놓는 과정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인지할 수 있었고 서로를 좀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글터인의 끈끈한 안간애와 하나됨'을 느낄 수 있었던
아름다운 밤풍경이었다.
LIFE STORY를 사수했을 뗀 이미 새로운 하루가 동트고 오는
새벽녁이었다. 새벽에 스미는 한기를 무릅쓰고
우리 91들은 아침밥과 북어국을 끊이기 위해 밖으로 나와야만 했다.
비록 우리모두 이런 경험은 별로 없었지만 서로도와 있는 실력을
모두 발휘했다.
설익은 밥 때문에 선배들로부터 핀잔을 들었으나, 우리의 손으로
지워진 식사라 그런지 우리에겐 오히려 더 맛있게만 느껴진다.
'디비디비 딮'게임으로 설겆이 당번을 정한 후, 나머지는 강가로
나가 즐거운 오락시간을 갖기로 했다.
눈부신 아침햇살에 반짝이며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노라니
정말이지 어제의 모든 일들이 거짓말 같고 꿈결같이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방으로 돌아온 후, 우리는 기차시간에 맞추어
다시 서울을 향한 아쉬운 걸음을 내 딛어야만 했다.
돌아오는 기차안에서, 비록 몸은 피곤했지만,
글터인 서로를 더 잘 알고 그 사람을 확인한 듯한 느낌에 가슴이 벅찼다.
뿌듯한 희열로 가득한 우리의 마음처럼 기차는 힘차고 희망차게
서울향해 달리고 있었다.
이재훈 (2004/05/30 10:15:04)
전형적인 MT일정이네요.^^ 재학생 후배들 참고하기를...
남재 (2004/05/30 16:37:42)
우와~
소영 (2004/05/31 07:32:04)
이걸 받아 적은 재훈 선배가 더 대단하십니다..... 여기서 발견되는 틀린 맞춤법은 재훈 선배껍니까? 아니면 오리지널 민숙선배껍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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