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2005-06-23 08:47:21)

이재훈

낙하하는 봄의 끝자락 (재학생 시게시판에서 퍼옴)

제목 : 낙하하는 봄의 끝자락

유멋진

오월의 마지막 날
국지성 호우라고 기상예보 어여쁜 캐스터가
과도한 제스쳐로 억지 미소를 지은 그 날
만개했던 아카시아 꽃잎은
스르륵 아스파트길 양가를 따라
마지막 향의 여백을 수 놓았다

내가 가야하는 길
걸어왔던 길
과거와 현재의 교차점에 방황했던
스무세살의 고뇌가 교향곡 4악장 도도림표에 끊임없이
추락했을때

예순넷의 김지하는
시를 쓰기에 '쉽고 허름한 형식/
서늘하고 신령한 내용' 이라 했다.
내 삶도 일음일장처럼
간단명료 했으면 좋을 걸

무더위가 오기전 점심을 먹고
힘없는 두루마리 휴지 한 칸 처럼
고꾸라져 몽롱의 체험을 택했다.
본의가 아니기에

하지 말았어야 할 사랑을 시작했거
이별의 뒤모습은 타지 않는
밤의 웅덩이에 갇혔다.
본의가 아니기에

대를 위한 다는 개똥같은 권력투쟁에
헌신을 했었던 나. 나를
비가 고인 진흙탕에서 직면 했기에
'따르릉' 울리는 전화기에도
낯설게 들려오는 수화기 저편에서도
가슴이 터질 듯 뛰었던가.

하지만 이제는
무엇보다도
혼란의 하수구에서 변태하여
육체이탈을 시도하는 흰나비가 되고자
-단지 글을 쓰고 싶었다-

치매에 걸린 부천 원미동 한머니의 여윈 두 팔을 부여잡고
수도 없이 내가 누구냐고 묻는
아버지의 지착을 이해 할 것 만 같은 이 나이

온도계의 수은이 터질듯 한 유월의 한 오 후
팥빙수의 한조각 얼음이 되어
누군가의 목구멍으로 삼켜지기를
그런 존재가 되기를

기도했다. 간지러운 심장 긁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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