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3-01-09 01:39:33)

이재훈

기도

기도

이정록(정말)

한겨울 연못 연밥 본다
그을린 가마솥 본다 저게 연의 가슴이구나
눈보라가 밥물을 잡자 살얼음이 가늠한다
낱알마다 다시 작은 솥단지가 하나씩이다

연잎과 연꽃이 우러러 받든 하늘
그 하늘의 휘파람을 겨우내 끓이면 봄이 온다
진흙공책에다 고개를 꺾는 복학의 계절이다
이곳저곳에 밑줄 긋지 말자
꺾인 연밥의 고개를 세우고 상처를 쓰다듬는다
이렇듯 밑줄은 단 한 번만 긋는 것이다

끝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마침표부터 찍는다
기도는 그 마침표에서 싹을 꺼내는 것
꽃과 밥은 언제나 무릎에 주시었나니
두 무릎에 연꽃이 필 때까지

- 감상 -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솥단지에 자신의 씨앗을 팔팔 끓지 않았던 탓이리라

추운 겨울에 하늘을 보지 않았던 탓이리라

이곳 저곳에 기웃거리며 마음을 잡지 못했던 탓이리라

마침표를 잊었던 탓이리라

아마도 그것은 간절함이 부족했던 탓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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