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2-03-19 21:18:14)

이재훈

詩대詩 : 06 김영상 굳은살 - 이상국 혜화역 4번 출구

굳은살

06 김영상('10년 글터 문집)

언젠가부터
오른손 중지에 박혀있는
굳은살, 그
펜을 맞댄 부분은
손톰으로 아무리 눌러도
반응이 없다

어쩌면
모든 고통을 자신이 감내하듯
중지의 방패 노릇을
하고 있는 마냥
뭉툭함이 묻어난다

문득
돌진해 온 충동 속에
날아간 굳은살은
그 속에 담긴
고통의 시간과 함께
아주 말끔하게 버려졌다

그런데 펜을 잡지 않는
아버지의 손가락에
그것이 박혀있다
열손가락 모두와
손바닥 전체에

- 감상 -

아버지의 굳은살에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이상의 슬픈 의미가
이 시에는 담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아버지가 딸을 생각하며 쓴 시입니다.
굳은살의 의미가 아래 시 특히
"그애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에
많이 담겨져 있는 것 같은데
비교해서 읽어 보세요

혜화역 4번 출구

이상국(뿔을 적시며)

딸에는 침대에서 자고
나는 바닥에서 잔다
그애는 몸을 바꾸자고 하지만
내가 널 어떻게 낳았는데......
그냥 고향 여름 밤나무 그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바닥이 편하다
그럴 때 나는 아직 대지의 소작이다
내 조상은 수백년이나 소를 길렀는데
그애는 재벌이 운영하는 대학에서
한국의 대 유럽 경제정책을 공부하거나
일하는 것보다는 부리는 걸 배운다
그애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우는 저를 업고
별하늘 아래서 불러준 노래나
내가 심은 아름드리 은행나무를 알겠는가
그래도 어떤 날은 서울에 눈이 온다고 문자메세지가 온다
그러면 그거 다 애비가 만들어 보낸 거니 그리 알라고 한다
모든 아버지는 촌스럽다

나는 그전에 서울 가면 인사동 여관에서 잤다
그러나 지금은 딸애와 원룸에 가 잔다
물론 거저는 아니다 자발적으로
아침에 숙박비 얼마를 낸다
나의 마지막 농사다
그리고 헤어지는 혜화역 4번 출구 앞에서
그애는 나를 안아준다 아빠 잘 가


135	기울음	이재훈	12/11/02	1896

134	발바닥 사랑	이재훈	12/11/01	1894

133	부처	이재훈	12/10/19	2101

132	비켜선 것들에 대한 예의	이재훈	12/10/17	1703

131	별과 달	이재훈	12/10/03	1857

130	달	이재훈	12/10/01	2206

129	좋은 나이 마흔	이재훈	12/09/28	1943

128	아이들은 사는 것을 배운다	이재훈	12/09/26	1640

127	길 [1]	이재훈	12/09/20	1785

126	비시적인 삶들을 위한 편파적인 노래	이재훈	12/09/16	1882

125	산과 길	이재훈	12/09/14	1852

124	치마폭에 매화를 그리다	이재훈	12/09/08	2110

123	도살장은 무죄다 [2]	이재훈	12/09/07	1981

122	불편과 고독	이재훈	12/09/05	1675

121	승자와 패자	이재훈	12/09/03	1728

120	부처의 얼굴	이재훈	12/08/31	1687

119	막차	이재훈	12/08/29	1714

118	쌍화점	이재훈	12/07/31	2114

117	산골물	이재훈	12/07/31	1666

116	축을 생각한다	이재훈	12/07/2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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