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03-11-12 11:45:03)

송정호

이른 겨울(문화제)

시인 선배가 시 한 편 올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이렇게 올립니다.

이른 겨울
- 송정호

광고지가 더덕더덕 붙은 잿빛 가로수에서
푸른 이파리가 후닥닥 빠져 나가고
은행들이 우두커니 목매달고 있다
수전증에 걸린 가지를 세우고 굳은 뿌리가
한껏 갈기 돋운 바람을 버티어 선다
야윈 줄기에 매여 달린 오색 애드벌룬이
겨울을 잔뜩 부풀리고, 어묵 노점상들은
얼지 않는 바다를 끌어올려 후덕하게 퍼 준다
후~후~ 추위를 불어 가며
겨울로 성큼 행군하는 이들
헛배 부풀린 비닐봉지처럼 떨고 있다
가을의 끄트머리를 딛고 선 나는
누렇게 목매달고 있는 은행을 바라본다
푸르름이 빠져 나간 가지 사이로
진눈깨비가 하얗게 내려와 앉는다
후두두 툭툭 후두두 툭툭
누군가 자기보다 세 배나 긴 장대로
은행을 털고 있다
그 옆으로 장의사 간판이 환하다


135	기울음	이재훈	12/11/02	1896

134	발바닥 사랑	이재훈	12/11/01	1894

133	부처	이재훈	12/10/19	2100

132	비켜선 것들에 대한 예의	이재훈	12/10/17	1703

131	별과 달	이재훈	12/10/03	1857

130	달	이재훈	12/10/01	2206

129	좋은 나이 마흔	이재훈	12/09/28	1943

128	아이들은 사는 것을 배운다	이재훈	12/09/26	1640

127	길 [1]	이재훈	12/09/20	1785

126	비시적인 삶들을 위한 편파적인 노래	이재훈	12/09/16	1882

125	산과 길	이재훈	12/09/14	1852

124	치마폭에 매화를 그리다	이재훈	12/09/08	2110

123	도살장은 무죄다 [2]	이재훈	12/09/07	1981

122	불편과 고독	이재훈	12/09/05	1674

121	승자와 패자	이재훈	12/09/03	1728

120	부처의 얼굴	이재훈	12/08/31	1687

119	막차	이재훈	12/08/29	1714

118	쌍화점	이재훈	12/07/31	2114

117	산골물	이재훈	12/07/31	1666

116	축을 생각한다	이재훈	12/07/2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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