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7-07-06 20:16:10)

이재훈

90 이보화 - 기다림

기다림

90 이보화 (청춘을 새기는 시간)

시린 바람 서두른 봄,
앙상하게 남은 가지에 아직은
봄이 스쳐가지 않았다.
어색한 표정으로 몇 일 밤을 지켜봐도
터트리지 않은 꽃망울은
서투르게 내민 손을 잡지 않는다.

발 구르며 둘러봐도
오지 않는
비 피할 곳 없는 정류장에서
무표정하게 우산을 펼쳐드는
아버지를 닮은 아버지들
그곳에서 진달래는 피지 않는다

기다린다는 것은
오리라는 믿음.
조금씩 다가오는 삶에 대한 희망이리라.
멀리서 비치는 버스 앞 등불 앞에서
없어질 듯 다시 보이는
우산 손잡이에 흐르는 빗방울을 다시 훔치며

저곳에서 목숨처럼 서류봉투를 움켜잡고
환한 웃음으로
아버지가 내린다.

기다림의 끝으로
한 발 다가 선 풋내음에
어느 순간
기다림의 꽃내음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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