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터 졸업생들을 위한 공간,

(2017-06-24 21:26:18)

이재훈

87 김태일 - 하루만의 이별

하루만의 이별

87 김태일(청춘을 새기는 시간)

잠든 아내의 반쯤 펴진 손바닥을 쓸어 본다.
그 부드럽고 통통한 손가락을 만져 본다.
당신과 보낸 20 여년이 풋잠에서 꾼 봄날 무지개 꿈같다.
아마 앞으로 30 년쯤 더 같이 살다
이번 생에서 마지막으로
당신과 이별하는 날
나는 이럴게 말하겠지.

어스름 새벽에 스치듯 만나
어느 새 손을 잡은 사랑으로
아침을 맞고 얼굴 위의 솜털 한 가닥마저
파르르 기쁨에 떨게 하는 맑은 하늘.

흰구름 낀 아침 나절을 함께 보내고
장난처럼 골목과 시장통을 돌아
초등학생 군것질 거리 찾듯
이것 저것 사 먹어 보고 맛도 보고

우연히 들어선 막구수집 얼음 동동 띄운
막구수도 한 그룻 먹고
햇볕 따가운 오후 나무그늘 아래
고즈넉한 평상
함께 누워 조잘대다 까무룩 낮잠도 자고

한풀 꺽인 햇살 아래
펼쳐 놓은 길가 카페의 서늘은 차양 밑에서
쓰디 쓰지만 고소하고 새콤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마주 보고 마주 보고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져
밤이 잰걸음으로
다가오면

이젠 이별인가 느끼며
하루만의 이별을 아쉬워 할 것이다.

여보 오늘 하루 너무 즐거웠어.
내일 또 만나 한평생 즐겁게 놀자.

그럼 잘 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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