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2004-08-02 22:34:34)

임태훈

2차 합평회 텍스트 "난지도 가는 길" 중에서

                       코리아 드림
                                    - 난지도 가는 길 10

                        한국의 봄은
                        네팔 여인의
                        부천 폭행을 업고 달려온다
                        염색 공장에서 흘러나온 노오란 물감
                        아스팔트 국도변에 개나리꽃 피워내고
                        두고온 가족이 눈에 밟혀 울어버린 울음
                        잘려나간 손가락
                        붉은 피
                        진달래
                        산으로 산으로 피어올라
                        온 천지가
                        인도네시아 근로자들의
                        코리아 드림으로 가득 차고
                        코리안은
                        난지도로 난지도로 달려간다

                        종점 사람들
                                    - 난지도 가는 길 4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버스 종점입니다
                        수돗물이 간간히 끊기기도 하고
                        밤길 밝혀줄 가로등도 없습니다
                        가장자리로만 비켜 앉은 그곳에도
                        난지도 바람은 언제나 불어 옵니다

                        화롯불 주변은
                        정이 흐르고 따사로웠습니다

                        종점에 사는 사람들은
                        원심분리기에서 퉁겨져 나갈까봐
                        마음조리며 중심에 매달립니다
                        난지도 가는 길은
                        '넓은문'으로 가는 길입니다
                        꽃술에 닿지 못하는 하얀 꽃길입니다
                        종점 사람들은 오늘도
                        그 길을 갑니다

                        엘리뇨의 변증
                                             - 난지도 가는 길 78

                        음주 운전
                        탈색된 상가의 곡소리
                        밤샘 조사
                        지하철 운행 정지
                        또 무엇
                        또 무엇
                        간수 넣은 두부
                        바다로 흘러 들어간 용암
                        엘리뇨는
                        상가의 곡소리에 색깔을 칠했다
                        아무리 밤샘 조사를 해도
                        자해 소동은 없을 거다
                        엘리뇨가
                        용수철의 나선을 따라 하늘을 오른다
                        난지도에 엘리뇨를
                        난지도에 엘리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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