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공기는 언제나 탁하고 무거웠다
가끔, 아주 가끔은 하늘도 변덕이 나서
언뜻, 여의도 빌딩이 보일 정도로
나의 시야를 허락하지만
여전히 어느 하늘에서건
숨쉬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예상했다
출구를 찾지 못한 욕망의 덩어리들은
도시 구석마다 늘어붙어 단단하게 굳어져 가고
나는 저 단단함을 동경했다가
다시 증오하기를 무수히 복습한다
도시 거리의 변화는 공허의 척도가 되고
미로와 같은 거리를 휩쓸고 지나온 바람에
죽은 이들의 꿈들이 뒤척였으나
이곳은 좀처럼 뒤집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봄에도 눈이 사륵이는 기적을 꿈꾸는 건 한낱 몽상일까
벚잎이 맴도는 그 자리에는 붉은 상처가 덧나는데
세월은 신속히 한 점씩 흔적을 지워나갔다
소란한 적막에 침몰하는 저 젊음은
누구의 애도를 받은 것인가
길에서 벗을 만나도 서로의 가슴을 감출 뿐
되도록 적절한 동작으로
볕이 닿지 않는 곳으로 빠르게 흩어졌다
나의 동맥을 타고 흐르는 맥은
내가 사라진 길을 따라 갈 수 있을까
스치는 사람의 수많큼 나는 떨었다
벗이 지는 그늘에 수 없이 나는 상처를 헤아리며
나는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황급히 저 암굴 속으로 나의 표정을 지우는데
상처에서 떨어져 나온 그 한 점이
나의 옷자락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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